"팀코리아 발목잡는 웨스팅하우스, 확 사버리고 싶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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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이종격투기' 통상환경 시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대응전략
역대 최대 대미흑자 관리 비법은?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산업부 입장은?
"석유화학 산단 중심 특화 방안 고민"
부처명에서도 알 수 있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의 통상, 에너지·자원 , 산업정책을 담당합니다. 트럼프 2기 들어 더욱 심해질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 단절의 거친 파도에 맞서 한국 경제와 기업을 지탱하는 부처입니다.그런 부처의 장관이 미국 대선 이후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니 관심이 높을 수 밖에요. 게다가 안덕근 장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통상 전문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통상 분야 전문 학자 출신인 안 장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산업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안 장관은 통상과 에너지·자원, 산업정책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트럼프 2기를 앞둔 한국의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소개했습니다. 그는 “대미 무역흑자를 조절하기 위해 현재 11~13%인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을 조금씩 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을 줄일 수 없는 만큼 수입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 장관은 “에너지는 미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중요 품목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트럼프 1기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이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안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극단적인 조치에 우리 기업이 휘둘리지 않도록 산업계와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동맹인지 명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지난 3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달러로, 이 기간 최대 대미 투자국입니다. 안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육성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부각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윈윈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기존에 빠져 있던 에너지, 디지털, 환경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전문가 답게 안 장관은 통상 분야 대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오늘날 통상 환경변화를 "FTA가 권투라면, 트럼프 보호무역은 이종격투기"라고 요약했습니다.
"이게 4년짜리 트럼프 정책인 건지, 아니면 공화당의 정책인 건지..까딱하면 4년 임기로 끝날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휘둘리기 시작하면 중장기 투자 사업전략이 굉장히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미중 패권경쟁도 우리나라 통상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죠. "중국은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경제제재 조치, 보복성 조치, 특히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조치가 부과되면 거의 예외없이 맞대응을 합니다."안 장관은 또 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산업부 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상계관세 부과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문제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과잉 공급 물자들이 남미 등 제3국 시장에 투하되면 우리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제3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킬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자원·에너지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 원전 동맹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안 장관은 “원자력 에너지 수요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커지고 있다”며 “기존에 원전 시장을 독점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빠져 있고 이 틈을 중국이 국영은행을 앞세워 상당히 많이 진출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안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을 수출하는 저개발 국가 상당수는 핵연료를 재처리해 무기화하려는 속셈이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며 “한국과 손잡고 글로벌 원자력 에너지 수요를 충당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있는 미국과는 정부가 바뀌어도 협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미 에너지당국이 원전 수출에 관한 정부 간 협력 방식을 담은 업무협약(MOU)에 이달 초 가서명했다”며 “정식 절차로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소개했습니다.현재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업종이 우리나라 5대 수출품목인 석유화학 산업인데요. 안 장관은 “산업단지 중심으로 산업을 특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석유화학산업의 재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안 장관은 “업계의 자율 재편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며 “산업단지 중심의 석유화학산업 특화 방안 등을 산업계에 제안한 후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산업단지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중복되는 제품을 생산해 공급 과잉에 이르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안 장관은 “20년 전처럼 정부 주도로 (산업의) 판을 바꾸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기업들이 협의해 좋은 방안을 내놓으면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자발적인 사업 재편이 늦어지면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안 장관은 “석화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 방안이 더 늦어지면 산단 중심으로 산업을 특화하는 등 필요한 부분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심사죠.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새 행정부가 자국 산업 지원을 늘리면 얼마든지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경쟁은 상대적인 경쟁조건의 문제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와서 더 막대한 규모의 지원이 들어와서 경쟁조건이 바뀐다면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을 다시 바꿔야 합니다. 우리 산업계의 초격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정책을 소개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게 인공지능(AI) 산업정책입니다. 인구가 줄면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핵심입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AI입니다."
"어떻게든 AI 기술을 제조공정에 접목시켜 공정혁신화와 지능화를 해야 합니다. 노동생산성을 키워서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작업을 지금 하지 않으면 정말 위험합니다."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