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향해 가는 미국과 유럽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그에게 거부감을 드러냈던 유럽 지도자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여성을 혐오하고, 망상적이고 부정직하며, 외국인 혐오증과 자기애적”이라고 비판한 것을 뒤집었다. 트럼프에 대한 유럽의 혐오는 2017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향후 4년간 대서양 양안 동맹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균열이 발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 세기 동안 세계 문명 발전의 초석이 된 동맹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킬 수 있다.

긴장 관계 우려되는 트럼프 2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적어도 세 가지 주요 전선에서 유럽과의 관계를 한계점까지 긴장시킬 수 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내년에 중단되고, 어떤 형태로든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더 강해지고 대담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 번째는 무역이다. 이미 취약한 유럽 경제가 대미 수출 관세로 타격받을 수 있고,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 분쟁이 유럽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후 변화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트럼프의 성장 추구 전략은 유럽의 ‘기후 종교인’들에게 배교 행위나 마찬가지다. 중동에선 확고한 친이스라엘인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동조하는 유럽인에게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의심의 여지 없이 트럼프 스타일이 균열을 심화할 것이지만 유럽인들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곤경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관해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조 바이든 정부의 무모한 정책을 따라갔다.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는 무장했지만 승리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접근 방식이 얼마나 결함이 있는지 유럽도 깨닫기 시작했다.

동맹 약화로 위기 맞을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국가들은 미국 군사비에 무임 승차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은 무역 여러 분야에서 독자적인 보호주의를 추구해 왔다. 혁신과 역동성을 억압하는 규제 조치로 경제 성과를 심각하게 제약해 왔고, 이로 인해 EU는 미국에 점점 더 뒤처지게 됐다.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좋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현재 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그 결과를 감당하기엔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다.

유럽은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다. 성장을 희생하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는 집착은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유럽 경제를 극적으로 약화시켰다. 유럽이 팔레스타인 대의를 수용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키웠다. 지난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되고, 유럽 지도자들이 네타냐후가 자국 영토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그를 체포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목격했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무모한 경제 관계 추구는 이제 끊기 어려운 의존 관계를 형성했고, 이는 유럽 자체 안보에 점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태평양 국가의 부상으로 대서양 양안 관계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미국은 이런 관계 약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이 그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원제 ‘The U.S. and Europe May Be Headed for a Divo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