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 또 올린다"…엔화 달러당 140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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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매수 움직임 확산엔·달러 환율이 약 한 달 만에 달러당 150엔 선 밑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오는 12월 일본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지난 7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뒤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도쿄 물가상승률 전망 웃돌자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 힘실려
"美와 금리차 축소" 엔화 매수세
"경기에 찬물" 정치권 압박이 변수
'엔캐리 청산'재발 가능성 우려도
○도쿄 물가 상승폭 확대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49엔대를 나타내며 한 달 만에 150엔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달러당 156엔대로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재발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트럼프 트레이드’ 일환으로 엔 매도·달러 매수 움직임이 확산했다.그러나 이날 발표된 11월 도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엔·달러 환율을 떨어뜨렸다. 11월 도쿄도 CPI(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시장 예측치(2.1% 상승)를 넘어섰다. 상승폭은 3개월 만에 확대됐다. 도쿄도 물가는 전국 물가 선행지표다. 일본 물가는 꾸준히 2% 이상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한 강연에서 12월 18~1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와 관련해 “아직 한 달 남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날 나온 도쿄도 CPI가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의 재료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강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엔 매수·달러 매도 움직임이 확산했다”고 전했다.미국에서 28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돼 외환 거래가 줄어든 것이 엔·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트럼프 트레이드 되돌림과 추수감사절이 겹치면서 엔고가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까지 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며 연 0.25%로 유지했다. 7월 금리를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한 뒤 9월에 이어 10월까지 두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경제와 물가가 전망에 부합하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또 압박할까
일본은행이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서자 일본 금융시장에선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최대 생명보험사 닛폰생명보험은 40년 만에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을 인상한다. 연금보험은 연 0.6%에서 연 1%로, 종신보험은 연 0.25%에서 연 0.4%로 올리기로 했다. 내년 1월 2일 이후 신규 계약자부터다. 예정이율은 보험료 할인율을 산출할 때 쓴다. 예정이율을 올리면 가입자는 기존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도 만기에 동일한 돈을 받는다.금리 인상은 일본은행의 보유 국채 평가손실 급증으로도 이어진다. 일본은행의 9월 말 기준 보유 국채 시가는 571조7933억엔으로 3월 말 대비 1.5% 줄면서 평가손실 규모가 13조6604억엔으로 커졌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의 시장 가격은 떨어진다. 일본은행은 일반적으로 만기까지 국채를 보유하는 만큼 평가손실에 따른 부정적 재무 영향이 당장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평가손실이 불어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8월 초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청산은 미국 고용통계 악화와 그 직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맞물린 결과인데,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변수는 일본 정치권이다. 금리 인상이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우에다 총재와 처음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에다 총재에게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