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약속의 원칙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약속에 대한 원칙이 있는가?

약속에 대해서는 누구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한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가치이다. 가치는 조직과 구성원이 어떤 언행을 할 것인가 결정하고, 판단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기업이 핵심가치를 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 도전, 성실, 창조, 존중, 배려와 같은 핵심가치를 정해 내재화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가치는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 정렬하는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는 교육과 사회적 가치가 의식과 행동을 낳게 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마음가짐과 원칙이다. 개인의 가치관과 품성, 신념이나 원칙이 약속을 지키게 한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한 시간과 약속은 지킨다는 생각이 행동을 낳게 한다.사실 약속에 대해 고민해야 할 주제는 많다. 살아가며 약속을 정할 것인가? 정하지 않을 것인가? 지키는가? 지키지 않는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가? 약속을 지키고 후회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약속에 경중이 있는가? 중요한 약속의 정의는 무엇인가? 약속을 잊지 않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약속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이나 룰이 있는가? 의미 없는 약속은 무엇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가?
통상 약속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가능하다면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가능한 마무리한다.
둘째,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정해진 그 순간 한 곳에 기록한다.
셋째, 약속 당일 반드시 사전에 상대에게 약속 내용을 확인한다.
넷째, 약속 시간 최소 10분 전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다섯째, 사전 연락없이 15분 늦는 경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인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선택의 연속이다. 그냥 하면 되는데 미루는 사소한 선택부터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선택이 있다.A팀장은 한 달 전, 평소 도움을 많이 주는 타 팀의 팀원 2명과 오늘 저녁 6시반 약속을 했다. 아침에 2명에게 장소와 시간을 재 확인하고 함께 퇴근하자고 했다. 오후 4시, 갑자기 CEO로부터 팀장 이상 임원은 6시에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한다. 단,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비서에게 통보하고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여러분이라면 누구와 식사를 할 것이며, 하지 않는 쪽에 어떻게 조치하겠는가?

이 사례에서 선약이 중요하다고 팀원 2명과 식사하고, 사장 비서에게 팀원 2명과 선약이 있어 오늘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팀장과 임원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사장과의 저녁에 불참하더라도 그냥 선약이 있다고 하지 팀원 2명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팀원 2명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다. 자신의 팀장과 임원도 참석하기 때문에 팀원들은 당연히 사장과의 저녁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며 새로운 일정을 잡으면 되는 것인가? 팀장 입장에서 좀 더 세심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갑작스런 돌발 상황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 상황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데, 버스나 지하철 고장으로 오갈 수 없는 상황, 도로가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약속의 내용 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집안의 조사 발생, 갑작스런 사고, 여러 이유로 약속을 잊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 양해를 구하고, 다음 일정을 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문제는 상대의 잃어버린 시간, 하지 못한 중요한 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신뢰를 잃어서는 안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상대방이 걱정이나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단순히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새로운 약속을 정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신뢰를 잃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후에 조치하는 방안도 있지만, 상황 발생 전부터 신뢰를 쌓는 방안도 있다. 사전 조치로는 당일 약속에 전날 또는 당일 이른 아침에 통보, 출발하면서 출발한다고 문자를 남기는 일들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사후 조치는 찾아가 미안함을 표시하고 상대방이 가슴에 담지 않도록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이 잘못이 더 신뢰를 쌓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별개의 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