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친 지 언젠데…" 역대급 폭설에 제설 미비로 곳곳 불편

"염화칼슘 1년치의 절반 뿌렸는데 기록적 습설에 역부족"
경기 외곽·인도에 쌓인 눈 여전…주말·휴일 5천명 투입 제설
"역대급 폭설이 내렸다지만 그친 지 한참 됐는데 아직도 눈이 쌓인 도로와 인도, 육교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옵니다."폭설이 그친 지 사흘이 됐지만 성남시, 용인시 등 경기도 내 도로와 인도 등 곳곳의 제설 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와 시군은 폭설이 예보된 지난달 26일부터 주말인 이날까지 지방도와 시·군도 등 주요 도로와 길목에 제설 차량과 장비 1만5천811대, 인력 4만2천731명, 제설제 5만2천t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날 2천639명을 투입한 데 이어 이날도 피해를 본 시흥시 213명, 화성시 132명, 용인시 99명 등 시군에서 하루 3천174명의 인원을 투입해 제설 작업을 벌였다.그러나 외곽지역 지방도, 이면도로, 인도 등지는 여전히 눈이 쌓인 채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15.2㎝, 28일 31.1㎝의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 성남시에서도 제설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민들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분당구 하얀마을 구미교사거리에서 구미교 방면으로 향하는 좌회전 차로 2개 중 1개 차로에 눈이 잔뜩 쌓여 며칠째 운행이 제한되고 있으며 빙판길로 변해 교통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이 구간은 평소에도 구미교를 거쳐 분당에서 용인 동백죽전대로로 향하는 차들로 혼잡한 구간이어서 시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김모(46) 씨는 "눈 그친지가 언젠데 쌓인 눈이 얼어붙은 좌회전 차로 1개는 도로 바닥이 울퉁불퉁해졌다"며 "아이 학원 데려다주고 오다가 밤에 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하마터면 사고가 날뻔 했다"고 말했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한 아파트 단지 옹벽 옆 인도에는 약 2.5m 높이로 눈이 쌓여 있어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인도 바로 옆에 있는 단지 내 테니스장에서 코트 안에 내린 눈을 치우면서 인도 쪽으로 버린 탓이다.

인근 버스정류장에 만난 한 주민은 "보행에 불편을 줄 정도로 눈이 쌓여있는데 빨리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테니스장이든, 동 주민센터든 제설 작업 마무리가 아쉽다"고 말했다.
중원구 상대원동 공단보도육교, 야탑동 시청 앞 보도육교에는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가운데 보행로 중앙 구간만 눈을 치우고 양측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낮 시간대에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 눈이 녹고 있었지만, 해가 져 기온이 떨어지면 빙판으로 변할 수 있어 낙상사고 우려도 있는 곳도 여러 곳이 눈에 띄었다.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에서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방면으로 향하는 지방도 310번 도로의 한 구간에서는 3개 차로 중 1개 차로에 눈이 치워지지 않아 차량 통행이 어려웠다.

폭설이 내릴 당시 제설 차량이 삽날로 밀고 지나가면서 치운 눈이 쌓인 것인데 이후 후속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주행 차로 중 한 개 차로가 줄어들면서 이 구간을 지나는 차들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구간 주변의 마을 주택가에서는 이면도로 제설 작업이 안 돼 주민들이 눈이 치워진 길을 따라 위태위태하게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성남시 홈페이지에는 '늑장 제설'에 항의가 이어졌다.

시민 강모 씨는 "성남시가 과거에 제설 작업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지역인데, 시청 제설 작업 수준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떨어졌습니까?"라며 제설 미비를 꼬집었다.

수정·중원구 원도심은 경사가 심하고 분당구 신도심은 도로 면적이 넓어 성남시의 제설 작업은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1년 2월 영동 폭설 때는 강원 삼척시에 인력과 장비를 파견해 11일간 원정 제설을 벌였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성남시 도로과 관계자는 "눈이 한번 내리면 약 2천t의 염화칼슘을 도로에 살포하는데, 이번엔 3천600t을 뿌렸다.

이는 1년 치 살포량(7천600t)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라며 "그만큼 제설 장비를 쉬지 않고 가동한 건데 기록적인 폭설에 제설 작업이 시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곽 도로, 인도, 육교 등에 쌓인 눈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3개 구청과 협의해 덤프트럭, 굴착기 같은 장비 투입이 필요한 현장이 있는지 파악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경기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설 작업을 지속해서 진행하겠다"며 "아울러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도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