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러 대안 찾지마"…中·러·브에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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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외환거래에서 달러 비중 88%지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달러 대안을 찾는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향해 경고를 보낸 것은 기축통화 패권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세계 외환 거래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가깝지만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탈(脫)달러 움직임이 확연해지고 있어서다.
각국 외환보유고 내 비중은 줄고 있어
미국의 금융 제재 등 우려한 영향
브릭스 내 디지털 화폐(CBDC) 결제 시스템 논의
중국, 석유대금 위안화 결제 추진
외환보유고 달러 비중 떨어져
1일(현지시간) 애틀란틱 카운슬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 외환거래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8%다. 각국의 경제 활동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70%를 넘겼던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달러 비중은 지난해 58%까지 떨어졌다.이같은 움직임은 각국이 달러에만 의존했을 경우 환율 변동이나 미국 경제 상황이 과도하게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차단했다. 달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결제망에서 제외된 러시아는 달러 외 결제 자산을 계속해서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0월 러시아 연방인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달러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달러 무기화는 큰 실수"라며 SWIFT를 우회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 구축에 동참을 촉구했다.
중국, 페트로 위안 시동
미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러시아의 상황을 보며 미국이 언제든지 중국에 대한 금융 제재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2년 1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장기적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무역에서 위안화를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500억 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인 반다르 알 코라예프는 10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와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중국과의 원유 대금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특히 브릭스에 속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 관계가 이어지면서 금융 제재를 이유로 달러 외 안전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중이다.브릭스 국가들의 금 보유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 제재가 과거에 도입되었을 때 중앙은행들이 준비금 포트폴리오를 소폭 조정하여 제재 위험이 있는 통화에서 금과 같은 제재 위험이 없는 자산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은 일부 신흥시장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릭스 국가 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결제 시스템 구축안도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기반 결속
브릭스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당선인이 브릭스 국가에 이같은 경고를 보내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 미국 내 지지기반을 결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관세 부과 위협을 무역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경제 자문들은 달러 이외의 통화를 사용하여 양자 무역을 하려는 동맹국 및 적대국 모두를 처벌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 조치에는 수출 통제, 통화 조작 혐의, 무역에 대한 과징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