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국채 세계 진출의 窓, 국채통합계좌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K콘텐츠의 인기가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뜨겁다.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에 이어 ‘흑백요리사’도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기발한 이야기와 풍성한 볼거리로 무장한 K콘텐츠가 OTT를 타고 세계 무대로 거침없이 달린다.

세계인의 K콘텐츠 열광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 드라마’ 대장금은 90여 개국에 수출된 바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지금보다 복잡하고 불편했다. K콘텐츠는 한국과 여러 해외 방송사 간 협상 또는 계약 후에야 해외에서 정식으로 방영될 수 있었다. 영국 BBC에 대장금 방영을 요청하는 서명운동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K콘텐츠는 OTT의 광범위한 유통망과 표준화된 접속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손쉽게 다가간다. K콘텐츠 세계 진출 방식의 혁신적인 변화다.

비슷한 일이 한국 국채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말 개통한 국채통합계좌가 한국 국채의 세계화를 견인 중이다. 국채통합계좌는 예탁결제원과 국제예탁결제기구(ICSD)가 공동으로 구축한 국경 간 국채거래지원 시스템이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국채 투자를 시작하기 전 국내 금융회사에 계좌 개설 등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국채통합계좌로 바로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준비에 요구되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이를 통해 한국 국채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화된 절차로 다가간다.국채통합계좌의 혜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한국 밖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간 한국 국채 거래가 불가능했지만, 국채통합계좌를 통하면 역외에서 한국 국채를 매매하거나 담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국채에 매력적인 상품성이 더해진 것이다.

그 결과 국채통합계좌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에 기여했다. FTSE러셀은 지난달 한국 국채의 WGBI 편입(2025년 11월 개시)을 발표하며 예탁결제원의 국채통합계좌 개통을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향상의 성과로 언급했다. 국채통합계좌 이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WGBI 편입 결정 당일 1조원을 돌파한 보관 잔액은 한 달 만에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누적 거래금액도 20조원에 근접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국채에 대한 관심은 WGBI 편입 결정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 12월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예탁결제원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함께 국채통합계좌를 통한 한국 국채의 세계 진출과 외국인 투자자의 편익 증진에 한 치의 차질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국채는 국채통합계좌라는 기회의 창(窓)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K콘텐츠에 못지않은 글로벌 흥행작, 한국 국채의 밝은 앞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