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따를 수 있어야 이끌 수 있다

리더십이란 특정 상황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물이다. 따라서 리더의 리더십을 평가할 때 조직이 처한 환경, 구성원의 팔로어십,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 등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부 학자는 조직의 성과에 팔로어십이 70%, 리더십이 30%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팔로어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리더십 이론을 연구해 왔지만 팔로어십에 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잘못된(toxic) 리더십으로 고통받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잘못된 팔로어십으로 고통받는 리더들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조직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교육도 리더십 및 일부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국한돼 있다. 결국 조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며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 모두 냉철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조직문화나 조직관리의 책임을 너무 리더에게만 전가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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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렌즈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팔로어십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는 2007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구성원들의 낮은 사기와 회사 리더들에 대한 심각한 신뢰 부족으로 위기의 최전선에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심층적인 인터뷰가 실시됐다. 그 결과 리더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리더십과 팔로어십 향상을 위한 교육이 4년간 지속해서 이뤄졌다. 2011년 FDIC는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모든 구성원에게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가르친 것이 이 같은 놀라운 변혁의 핵심이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기 위해 승무원은 훈련하지 않고 선장만 훈련하는 것은 아무런 훈련을 시키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항해하기엔 불충분하다. 효과적인 리더십과 효과적인 팔로어십의 결합은 조직의 성과를 최적화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우리는 모두 가정이나 직장, 공동체에서 리더와 팔로어 역할을 동시에 해 나가고 있다. 리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구성원이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을 존중해 주고 따르는 것이 팔로어십의 핵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팔로어십을 키운다는 것은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