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기술패권 향한 트럼프의 '친특허' 드라이브

IP 정책, 이제는 '친특허'로 전환해야
강력한 'IP안보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손승우 사단법인 지식일자리포럼 회장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미국 혁신 기업과 특허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1기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특허 보호와 가치를 중시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2018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했고,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당시 트럼프는 지식재산권(IP) 침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첨단기술을 뺏기지 않으려는 규제와 수출 통제가 강화됐다.

IP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친특허’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한다. 초당적 IP 협의체인 혁신촉진위원회 사무총장 프랭크 컬린은 IP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는 인사를 IP 수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로는 △특허 침해에 대한 금지명령 강화 △의료·제약 분야의 특허 라이선스 규제 완화 △특허 적격성의 확대 등이 있다. 이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은 증가할 것이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특허 분쟁을 겪은 기업은 5640개로 대부분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공석이던 백악관의 IP 정책 총괄 조정관인 ‘지식재산집행조정관’도 곧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 4위의 특허 출원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다. 지난해 특허·상표 등 산업재산권의 무효심판 인용률이 49.6%로 미국(25.6%), 일본(13.9%)보다 훨씬 높다. 특허소송은 평균 2.5년(1~2심)이나 걸리고, 손해배상액은 턱없이 낮다(미국 65억7000만원, 한국 1억원). 특허권자 승소율도 미국은 60~70%지만 우리는 10%에도 못 미친다.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또한 주요 선진국은 융복합이 가속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분산된 IP 행정 체계를 통합적·집중적 체계로 개편했지만, 한국은 해방 이후 행정 체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IP 분쟁으로 인한 체코 원전 수주 차질, 삼성반도체의 핵심 기술과 인력 유출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K방산에서는 KF-21, 잠수함 등 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 기업이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유럽 기업과 지식재산권을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 주요국은 앞다퉈 핵심 원천 IP를 확보하려고 전쟁 중이다.

한국도 신기술 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친특허’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과거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특허정책을 시행했으며, 이 같은 노력이 오늘날 그들의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IP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이를 실현해야 한다. 파도를 피하려 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정면 돌파를 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