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통한 트럼프의 세계 지배 구상…우리의 대응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인사 원칙 '엽관제'
與 인사로 고위직 채워
강한 미국 목표 드러내
디지털화 발판 삼아
세계통합국 야심까지

머스크·피터 틸 등이
구체적 실행 이끌 것

韓, 대응법 고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목표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 의회, 연방법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한 레드 스윕을 바탕으로 내각 구성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하는 경제정책도 발표되면서 해당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인사 원칙은 ‘엽관제(spoil system)’다. 고위 공무원과 주요 기관 수장 자리에 여당 측 인사와 지지자들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내년 1월 20일 취임 이전까지 모든 공직은 친트럼프 성향의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60%밖에 못 채운 우리와는 구별된다.MAGA는 개인적인 야망까지 포함된 목표다. 트럼프는 극심하게 분열됐던 남북을 통일시켜 정치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꿈꿔왔다. MAGA도 링컨 대통령의 MAG(Make America Great·미국을 위대하게)에서 따온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1930년 대공황을 극복한 또 다른 영웅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에게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숨겨진 일화다.

MAGA의 청사진이자 실천 계획인 ‘프로젝트 2025’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첫 작품인 정부효율부(DOGE)를 창설했다.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각종 기득권을 축소해 비대해진 정부의 몸집을 줄인 후 기업과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마약, 동성애 등을 금지해 잃어버린 청교도 기업가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프로젝트 2025의 집필자들도 핵심 요직을 꿰찼다. 러셀 바우트 예산관리국(OMB) 실장,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부(CIA) 국장 지명자가 대표적이다. 예산, 정보, 권력 감시 기능까지 장악하면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넘는 절대 군주의 힘을 얻을 수 있다. 트럼프의 전권을 제동할 수 있는 상원마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MAGA 구상을 세계로 확장하려는 계획도 마련됐다. 벤치마크로 삼은 유럽 통합(EU)은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enlargement)’와 회원국 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심화(deepening)’ 단계로 추진해 20세기 초 자유사상가들이 제시한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전자인 ‘확대’는 초기에 6개국으로 출범한 뒤 27개국(탈퇴한 영국까지 포함하면 28개국)으로 늘어나며 실현됐다. 화폐통합(EMU), 정치통합(EPU), 사회통합(ESU) 순으로 추진해 가던 후자도 1999년 유로화 도입으로 첫 단추인 EMU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EPU의 상징인 유럽통합헌법이 일부 회원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멈춘 상황이다.‘강한 미국’과 트럼프의 ‘절대 군주 야망’도 MAGA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EU 방식을 수용해 MAGA의 적용 대상을 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하고 심화 단계를 세계화폐통합(WMU), 세계정치통합(EPU), 세계사회통합(WSU) 순으로 추진하면 ‘미국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을 뛰어넘어 ‘세계통합국(United States of World)’ 달성이 가능하다.

최근처럼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급진전할수록 지역 통합보다 세계 통합이 쉬울 수 있다. 세계가 하나의 운동장이 된 초연결 시대에 유럽 통합 과정의 확대 단계와 심화 단계 중 장애가 됐던 정치통합은 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WMU와 WSU만 추진하면 세계를 대상으로 한 MAGA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WMU를 실현하기 위한 세계중앙은행 구상도 마련돼 있다. 이미 프로젝트 2025에 담긴 미국 중앙은행(Fed) 개편안에는 Fed가 세계중앙은행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담겨 있다. 오히려 트럼프 집권 1기 때 일본은행(BOJ)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것처럼 미국 국채를 강제로 팔아 각국 중앙은행을 연계(혹은 예속)시키는 것이 트럼프노믹스 2.0을 추진하고 WMU를 달성하는 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WSU도 X(옛 트위터), xAI, 스페이스X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부통령 후보로 JD 밴슨을 추천한 페이팔 마피아의 판단이다.

실리콘밸리 14인으로 알려진 페이팔 마피아는 피터 틸(팰런티어), 맥스 레브친(슬라이드), 리드 호프먼(링크트인), 채드 헐리(유튜브)를 비롯한 페이팔 창립 멤버들이다. 페이팔 창립에 깊숙이 관여한 머스크는 지금도 페이팔 마피아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다. MAGA가 무서운 것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실행안까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