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생떼'에…'여야의정 협의체' 3주 만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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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회·KAMC "참여 중단"…의정 갈등 또 '안갯속'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대화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20일 만에 파국을 맞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는데도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축소를 요구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린 결과다.
의료계, 의대증원 백지화 고집
끝내 이견 못좁히고 협의체 파행
여당도 "당분간 공식회의 중단"
물밑대화·의료개혁 이어간다지만
뾰족한 해법 없어 갈등 계속될듯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는 이날 열린 4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의힘, 정부, 대한의학회, 의대협회가 참여해 지난달 11일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삐걱였다. 야당과 전공의 단체 등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는 내년도 입시는 그대로 진행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의료계는 당장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고 증원을 백지화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5학년도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 의료계는 △수시 중 정시 이월 중단 △예비 합격자 번호 배수 축소 △학습 능력 떨어지는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할 자율성 부여 △모집 요강에서 자율성 부여 등의 방안을 요구했다. 정부가 입학 전형 과정과 결과를 왜곡하는 입시 비리로 이어질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여야의정 대화는 고착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는 지난달 13일 박형욱 연세대 의대 교수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에 당선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전공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의협은 지난달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경북 국립의대 신설 지지 발언에 반박하며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나올 것을 종용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협의체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당분간 공식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에 들어가겠지만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해서 하겠다”고 했다. 합의된 회의 재개 날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한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 파행에도 의료계와의 물밑 대화를 이어가며 의료개혁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비롯해 겨울철 비상진료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준비 중인 비상진료대책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심화되고 있는 수술 적체 현상에 대한 대응책과 피로가 누적된 주요 병원 의료진의 애로를 해소해 주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소질환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3년간 연간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중증 암수술 등 주요 진료 항목 3000여 개의 수가를 최대 50%가량 높일 계획이다. 주요 병원 의료진이 과도한 경증 외래 환자 부담에서 벗어나 중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핵심 목표다. 복지부에 따르면 1일 기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42곳으로 전체(47곳)의 90%에 달한다.
이영애/황정환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