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계획 없다면서 '속전속결'…지분 넘긴 운용사 "소송 검토"

이스톤, 운용사 지분 사들인 후
2개월 만에 하이브 상장 착수

구주 판 운용사 "당혹스러웠다"
이스톤 "상장 성공 예측 불가능"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 지인들이 주축이 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지분을 사들인 지 수개월 만에 본격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 PEF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2020년 1월 상장 주관사를 뽑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는 2019년 6월 1호 펀드를 만들어 하이브 지분 250억원어치를, 11월 두 번째 펀드로 10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2호 펀드로 대규모 투자하면서 방 의장과 이익을 나누는 계약도 맺었다. 그리고 두 달 후 상장 절차에 나섰다. 하이브는 2020년 5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스톤PE가 출범한 2019년은 하이브가 BTS의 세계적 인기를 토대로 한 단계 도약한 시기다. BTS는 미국 빌보드의 연말 결산 차트를 휩쓸며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그해 4월 BTS는 미국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 8위에 올라 K팝 그룹으로 당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이브 실적도 가파르게 좋아졌다. 매출은 2018년 3013억원에서 2019년 587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99억원에서 987억원으로 23% 늘었다. 예상 기업가치도 치솟았다. 2020년 초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하이브의 기업가치는 4조원대로 거론됐다. 실제 하이브는 몸값 4조8000억원에 상장했다.방 의장과 이익 공유 계약을 맺은 이스톤·뉴메인 제2호 펀드가 투자할 당시엔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으로 매겨졌다. 이 PEF는 하이브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1조원으로 치솟자 상당 지분을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 앞서 이 PEF에 하이브 지분을 매각한 한 운용사 대표는 “하이브 측이 상당 기간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해서 지분을 팔았는데 당혹스러웠다”며 “금융당국 조사 결과를 보면서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중동 전 이스톤PE 이사는 “이스톤PE가 상장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해 해외 투어가 취소되고 사업이 위축되는 등 상장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