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더 '휘청'…9년 만에 최악 상황

대기업 61%, 긴축 경영 예고
사드 사태 2016년 이후 최고
사진=연합뉴스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올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조직 개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내년에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현상유지를 하겠다(28%)는 답변보다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2019년 조사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긴축 경영을 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66.9%가 내수 부진, 64%가 인건비 부담 가중을 꼽았다.

특히 긴축 경영 기조는 대기업일수록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가운데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1%로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었던 2016년(66.7%)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내년 투자 계획을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대기업은 58.5%로 다른 기업(32.8%)보다 25.7%포인트 높았다.기업들은 구체적인 긴축 경영 방안(복수 응답 가능)으로 원가절감(66.7%), 구조조정 등을 통한 인력 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등 순을 선택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한 기업들이 82%로 가장 많았다. '대중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한미 협력 강화 등으로 한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응답은 7.5%에 그쳤다.

내수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선 59.8%가 '2026년 이후'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 평균은 1.9%에 그쳤다.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 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도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