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4400억 날릴 동안…외국인·기관 쓸어담아 돈 벌었다는데 [종목+]

11월 21% 뛴 NAVER…외국인·기관이 쓸어담아

개인 순매수 규모 1~6위 모두 평균매수가 대비 손실
2777억 순매수한 알테오젠 추정 손실 20% 달해
직전 거래일인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지수 하락이 월간 기준 5달째 이어진 11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는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 합산으로 443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100개 종목 중 64개 종목의 11월 종가가 개인의 평균매수가 대비 하락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NAVER를 큰 규모로 순매수한 덕에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다.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 합산으로 추정하면 기관의 경우 수익 규모가 895억원을 기록했고, 외국인은 329억원 손실로 추정됐지만 개인 손실 규모와 비교하면 10분의 1 미만이다. 특히 순매수 상위 5개 종목만 놓고 보면 NAVER를 가장 큰 규모로 사들인 외국인의 추정 수익 규모가 280억원으로, 기관의 77억원을 크게 앞섰다.2일 대신증권이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각 매매주체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평균 매수가를 순매수 규모와 함께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지난달 한 달 동안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770억원어치 주식을, 코스닥시장에서 7400억원어치 주식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두 시장에서 각각 4조3038억원어치와 184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선 9079억원어치를 샀지만, 코스닥시장에선 3801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피가 3.92%, 코스닥지수가 8.73% 급락하는 동안 가장 큰 규모로 주식을 순매수한 기관의 추정 수익률이 가장 높은 점이 눈길을 끈다.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 중 평균매수가 대비 상승한 종목은 56개로, 종목 선택의 승률은 절반이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가장 큰 규모로 사들인 ‘TIGER MSCI 코리아 TR’(순매수 규모 3366억원)과 삼성전자(2560억원)은 평균 매수가 대비 각각 1.54%와 2.05%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대신증권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종가(4만9900원)에 5만원선이 무너진 걸 저점으로 반등에 나섰다. 반등이 시작된 11월15일 장 마감 이후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결정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11월26일의 5만8300원을 고점으로 다시 주가가 꺾였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미국이 중국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삼성전자 주가를 찍어 눌렀다.

기관의 수익률을 올려준 종목은 루닛(1109억원·10위)과 JYP엔터(1020억원·20위)였다. 기관의 평균 매수가 대비 각각 12.47%와 23.83%나 급등했다. 순매수 규모 3위인 NAVER(2177억원)도 9.26%나 상승했다.

NAVER는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한 달 동안 순매수 규모가 8309억원에 이른다. 11월 종가는 20만6500원으로, 외국인의 평균매수가(19만393원) 대비 8.46%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NAVER 주가는 11월 한 달 동안 21.47% 상승했다.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 상승이 시작됐고, 지난달 11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주요 사업의 중장기 전략 방향에 대해 공개하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쏠렸다. 특히 최근 들어 뉴욕증시에서도 AI 테마주 매매의 무게추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지면서 NAVER 투자심리를 더 자극했다.
자료=한국거래소, 대신증권
다만 NAVER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종목 선택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순매수 규모 3위인 한화시스템(1644억원), 4위 현대로템(1573억원), 5위 효성중공업(1221억원)의 평균 매수가 대비 수익률은 각각 –5.93%, -17.24%, -8.22%다.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을 놓고 봐도 평균매수가 대비 상승한 종목은 49개로 절반에 못 미쳤다.

개인의 투자 성과가 가장 부진했다. 순매수 상위 6개 종목이 모두 평균매수가 대비 하락했다. 이 종목으로만 257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외국인이 쏟아낸 삼성전자 물량의 대부분을 개인이 받아냈다. 한 달 동안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이 3조1743억원어치다. 평균매수가는 5만5107원으로, 11월 종가(5만4200원) 대비 1.65% 낮은 수준이다.
자료=한국거래소, 대신증권
개인의 순매도 규모 2~4위 종목인 삼성SDI,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SK하이닉스는 평균 매수가 대비 추정 수익률이 –9.07%, -11.82%, -10.38%에 달한다.

지난달 한 달 동안 30.83%나 오른 한화오션이 개인의 순매수 규모 5위였지만, 개인의 추정 수익률은 –4.52%다. 종가 기준으로 11월14일에 고점(3만9200원)을 찍고 10.71% 하락하는 동안 물린 개인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개인 순매수 규모 6위인 알테오젠의 11월 종가는 28만원으로, 개인의 평균매수가(35만2162원) 대비 20.49%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량이 시도되고 있다는 모멘텀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 기술 특허와 관련한 분쟁 가능성과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이 제기된 탓에 주가가 급락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