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잊었나"…'美 대세 임대주택' 도입에 쏟아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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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만가구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정부가 기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내 시행령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사업자를 모집해 2035년까지 1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가 이 제도를 꺼내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 안정성이다. 전세가 기반이 되는 개인 간 거래로 불안정해진 임대차 시장을 기업형 임대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인거래로 불안정한 임대시장 대체"
미국선 '빌트투렌트' 형태로 보편화
"30년 묶이는데"...제도환경, 월세비선호 등 '과제'
기업형 임대는 기업이 집주인인 임대 형태다. 기업이 임대주택을 짓거나 매입해, 장기간 임대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임대유형이 보편화돼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관들이 임대를 위해 다수의 단독 주택과 다세대 주택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기업형 임대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는 실버스타인, 인비테이션홈즈, 아메리칸홈즈 등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비테이션홈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역에 8만4567채, 캘리포니아에만 1만1862채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도시문제 연구기관인 어반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단독주택 1000채 이상을 소유한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44만6000채에 달한다.
기업형 임대시장에서 최근 대세는 빌드 투 렌트(BTR) 유형이다. 기존 단독주택 등을 매입해 다시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싱글패밀리렌탈(SFR)과 달리 처음부터 임대목적을 갖고 개발된 주거단지로, 다양한 커뮤니티 센터와 서비스를 갖춘 게 특징이다. 향후 정부가 활성화할 기업형 임대도 BTR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정부 지원이 없는 대신 임대료 규제를 없애거나(자율형), 임대료 제한은 하되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주는 형태(준자율형·지원형)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형 임대가 미국처럼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미국의 BTR은 일관된 제도환경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최대 27년에 달하는 주택 감가상각 세금 공제, 신규주택 재투자 시 자본소득세 유예, 저소득지역 기회구역(OZ)투자 시 자본이득세 절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 호흡이 긴 임대 사업을 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형 임대인 ‘뉴스테이’를 대대적으로 활성화했다가 다음 정권에서 규제 기조로 돌변한 게 대표적이다.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기업형 임대사업은 대부분 월세가 바탕이 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전세 선호에 대한 뿌리가 깊어 세입자들의 참여와 기업형 임대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