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량 1위 <소년이 온다>… 출판계 휩쓴 '한강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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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2024 베스트셀러' 집계'한강 열풍'이 올해 출판계를 달궈온 '필사책'과 '쇼펜하우어' 유행을 단번에 휩쓸어버렸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두달 동안 한강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소년이 온다>가 올해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나타났다.
한강 책, 노벨상 이후 판매 100배 증가
문해력 높이는 필사책 인기
쇼펜하우어, 니체 등 철학 관심 늘어
2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1월1일~11월30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절반이 한강의 책이다. 한강 작가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한강 책을 제외한 문학 분야 판매량도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한강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도서 구매로도 이어지며 오랜만에 서점가가 활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필사 책도 인기를 끌었다.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4위를 기록했다. 한강 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다. 문해력 부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필사 관련 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홉 번째로 많이 팔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쇼펜하우어 관련해 올해 출간된 책은 총 51권에 달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초역 부처의 말>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다룬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등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이전 출간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우가 많았다. 올해 베스트셀러 20위에 오른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1998년 출간된 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이 책의 글귀를 공유하는 글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140.7% 늘었다. 그밖에 <싯다르타>, <데미안>, <인간실격> 등 고전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도 이른바 '역주행'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10월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에 만들어진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판매량은 작년보다 32배 늘었다. 지난 2월 영화 '듄: 파트2'의 개봉 이후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판매량은 6배 늘었고,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원작도 판매량이 약 27배 늘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