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같은 전문점이나 로드숍을 선호하면서 면세점 업황이 더욱 침체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조망하는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특히 불황의 골이 깊은 유통 채널은 면세점이다.
외국인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면세점 업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헬스&뷰티(H&B) 전문점, 즉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며 "면세점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는 반면 올리브영의 올해 매출 증가율은 작년 대비 약 3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도 "면세점 소비층이 소수 대량 구매자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면세점 쇼핑보다 식도락 같은 체험형 관광이 선호되고, 외국 관광객이 쇼핑 장소로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면세점 업계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어 중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가 축소될 수 있고,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 불황을 타개할 생존 전략 키워드가 '명칭 변경'과 '타운화'라고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 명칭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또 손님 모으기를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 '타운화'가 변화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김 부회장은 "내년 백화점 업계는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화가 심해지면서 상권의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히 '빅3' 업체가 상위 20위권 밖 점포에 대해 활성화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지연 BCG 코리아 소비재 부문 파트너는 "오프라인 유통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과거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점포가 아닌 고객, 가격과 원가가 아닌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커머스에 대해서도 "개인화된 최적의 맞춤형 고객 경험 제공, 재미와 스토리가 있는 커머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운영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