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도 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문제점은 [이인석의 공정세상]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 앞세워 소비 주도
PB 우대 논란에 "상품 진열 방식일 뿐" 반론
소비자 접근성·시장지배력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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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GAFA'로 통칭하는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전방위로 확장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화는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분야 전통의 강자들은 플랫폼에 예속돼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국내 유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8조 8516억원으로, 2022년의 211조 1235억원과 비교해 8.4%가량 증가했다. 최초 통계 작성 시점인 2017년의 94조 1857억 원과 비교해 보면 거래액이 5년 만에 무려 2배 이상 성장했다.
자료=통계청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세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산자부의 작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의하면 전체 유통 매출 중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였다. 통계 작성 이래 오프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49.5%)을 처음으로 앞지른 결과였다. 특히 온라인 매출은 매년 8~9% 이상 꾸준히 성장했지만, 오프라인 매출은 코로나19 종식 직후 8.9%의 반짝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다시 3%대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향후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온라인 플랫폼의 시대, '알고리즘 조작' 논란 점화

양면 플랫폼의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 Network Effect)로 인한 일부 플랫폼의 승자독식과 데이터 독점도 디지털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다. 일부 유력 온라인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과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들은 해당 플랫폼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존해 적합한 상품을 찾게 된다. 인공지능(AI)의 우월성을 목격한 이후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을 내려놓고 온라인 플랫폼이 제시하는 '맞춤형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요즘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트렌디한 소비패턴이다.그 와중에 최근 국내 온라인 쇼핑몰 1위 업체인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6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관심을 끈다.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쿠팡은 자체브랜드(PB)·직매입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임직원들을 동원해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면서 인위적으로 후기 수를 부풀리거나 별점을 높게 주는 방법도 사용했다고 한다.

공정위가 2020년경 네이버에 대해 알고리즘 '조작' 등을 이유로 26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과 사실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1, 2위를 다투는 쿠팡과 네이버가 동일한 방법으로 자사 제품을 먼저 노출했다고 하니, 온라인 플랫폼이 제시하는 '맞춤형 상품'을 소비하던 소비자들로서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일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편의점과 뭐가 다른가"

소비자 입장과 달리 자사 상품을 타사 상품에 비해 우대하는 것은 사업자로서는 그 자체로 경쟁에 해당하는 것이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경쟁 '제한'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사기업인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서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을 동등하게 취급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PB 상품을 눈에 잘 띄도록 노출하는 것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PB 상품을 눈에 잘 들어오도록 진열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독점과 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 문제는 대형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자사우대(Self-Prefencing)'와는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문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경우 경쟁상품을 꼭꼭 숨겨 놓지 않은 이상 소비자들이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PB 상품과 가격조건이나 거래조건을 직접 비교하고, 보다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오프라인에서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국가 개입 없이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소될 만한 정도라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온라인 플랫폼이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을 앞 페이지에 노출하고, 중개상품은 뒤에 배치한다면 굳이 뒤 페이지 상품까지 세심히 비교해 가면서 쇼핑하는 인내심 있는 소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공정위가 '데이터 독점' 우려하는 이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인근 사업에 진출해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도 문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데이터를 비교적 용이하게 수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비용 대비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이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용 대비 마진이 높고, 기술적으로도 제조가 비교적 용이한 상품만 골라 하도급 형태로 PB 상품을 기획한다. 해당 PB 상품이 타사의 중개 상품에 비해 잘 팔릴 수 있도록 노출 순서나 노출 위치를 조정하고, 그에 따른 실적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관리한다. 그 결과 경쟁사업자는 도태돼 온라인 플랫폼의 하청업체나 납품업체로 전락하게 되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근 사업 분야로 넓혀가며 새로운 거대 복합기업(Conglomerate)으로 진화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 과정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자사를 위해 유용(流用)하는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여가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최근 공정위가 '디지털 공정경제'를 주요 업무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급격히 높이고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기만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타사의 거래정보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는 행태 등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공공재로서 중립성을 요구할 것인가 하는 거대 담론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금 온라인 쇼핑몰의 자사우대가 그 자체만으로 불공정한 경쟁 수단인지 논한다면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I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23년간 법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 공정거래 판결작성실무 집필위원 등도 역임했다. 2021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아 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기업 관련 송무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현재 법무법인 YK의 대표변호사이자 공정거래그룹장으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