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만 빼고 다 직격탄"…투자 전문가의 '폭탄' 전망 [2025 재테크]

2025 재테크 전망 ⑧ 자동차·2차전지주

"완성차, 트럼프발 '관세 폭탄' 우려…전기차 캐즘도 끝 안보여"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 인터뷰

트럼프발 '보편 관세' 현실화 우려
현대차·기아 등 이익 타격 불가피
IRA 전기차 보조금 불확실성 높아
"소재업체도 이익 회복 어려울 것"
사진=연합뉴스
"내년에 완성차 업황이 개선되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 회복이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사진)은 2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선진국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대수가 많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사진=상상인증권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 리스크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게 유 연구원의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나타내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수출 중심인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시장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유 연구원의 설명이다.그는 "현재 환율 효과가 국내 완성체 업체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 효과를 넘어서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기반한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의 판매로 대응할 것이란 예상이다.

유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이) 테슬라를 제외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의 순수전기차(BEV) 판매 대수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도 HEV 위주로 제품 믹스(Mix)를 변경할 것이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유인도 줄어들면서 전기차 신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다만 그는 "HEV 제품 믹스 확대와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북미 신공장)의 전기차 이외 차종 생산 등을 통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동종 업체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연간 북미에서 판매하는 78만대 중 37만대 이상이 현지에서 생산 중이며, 고수익 차종 위주로 생산하고 있어 단계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유럽에서는 독일의 전기차 구입 시 세액공제 정책에 이어 보조금 정책 부활 여부, 완성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일부 전기차 판매량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실리콘 고비중 음극재 등의 도입을 통한 충전 속도 개선, 열폭주 방지 소재의 적용 확대를 통한 안정성 확보가 전제돼야 북미와 유럽에서의 판매가 큰 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삼성SDI
국내 2차전지 업체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로 이익 개선이 더딜 것으로 유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가정이지만, 북미 전기차 세액공제 및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수혜가 불가능해질 경우 내년 2차전지 업체들의 영업이익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대체 법안이 나오겠지만, 북미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레거시 업체들의 극적인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부 주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혜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배터리 셀사와 주요 소재업체들의 내년 영업이익은 2023년 수준을 회복하거나 이에 소폭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실적이 반등하려면 셀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 생산·판매가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게 유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그렇게 될 경우 올 한 해 지속적으로 급감한 원자재 가격도 소폭 회복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의 전기차를 공급해야 하는 위치에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주요 고객으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대규모 수주 발표가 있다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유 연구원은 내다봤다.그는 "삼성SDI의 경우 2028년 완공 예정으로 공시한 제너럴모터스(GM)와의 조인트벤처(JV) 투자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향후 전고체 전지 투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을 발표한다면 크게 긍정적일 것"이라며 "이외 유럽의 경기 회복 가능성, 보조금, 환경 규제 정책 등으로 매월 전기차 수요 증가 정도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