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후보자가 불법 정치후원금 몰랐다면 기부자도 처벌 못해"

수수자 없으면 기부자도 무죄
사진=연합뉴스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편법으로 선거 자금을 받게 된 사실을 몰랐다면 자금을 제공한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는 관련 법에 따라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을 경우 주려고 한 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흥수 당시 인천 동구청장의 재선 선거운동에 쓰기 위해 사무실을 빌리고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1407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했다. 검찰은 A씨를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이 전 구청장은 이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1·2심 모두 이 전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A씨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를 유죄로 보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구청장이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A씨가 정치자금을 줬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A씨가 기부하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만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행위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유형인 '대향범' 법리상 일방에 대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은 이상 상대방에 대해서도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원심을 단순히 수긍한 사건"이라며 "명시적으로 법리를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다른 유사 사건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