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 동료와 불륜 여행도"…간통제 위헌인데 해임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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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폭행' 검찰 공무원 해임에배우자가 있는 검찰 공무원이 같은 검사실에서 일했던 동료와 호텔·주거지 등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갖다 덜미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배우자를 폭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이 공무원을 해임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계가 부당하다고 봤다.
검찰총장 상대 '징계 취소' 소송
1심 이어 2심도 "해임 처분 부당"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8-1행정부는 최근 검찰 공무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부적절한 이성관계로 인한 품위손상 △가정폭력으로 인한 품위손상 등의 사유로 해임됐다.
그는 배우자 B씨와 결혼했지만 이후 검찰청 근무 도중 알게 된 같은 검사실 공무원과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이들은 함께 지방으로 여행을 하거나 호텔에 투숙했고 서로의 집을 드나들면서 만남을 이어갔다.
A씨는 대검찰청 감찰부 조사 과정에서 "배우자에게 발각될 때까지 호텔, 주거지 등에서 성관계를 하면서 불륜관계를 유지한 것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다만, 수개월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불륜 문제로 B씨와 다투다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B씨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같이 죽자"고 소리치면서 손으로 목을 누른 것. 이 일은 법원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B씨는 A씨의 불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 지급하라"는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 소송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보면 A씨와 불륜 상대방은 B씨에게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들키자 잠시 헤어졌다 같은 해 2월 다시 만났다.
A씨는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검찰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이 징계사유로 제시한 사항은 불륜행위, 폭행 2건, 대검 감찰 불응 등이다. 법원은 이 중 폭행 1건과 대검 감찰에 불응한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징계사유가 일부 제외된 만큼 징계수위도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기준을 보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징계는 '파견-해임',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엔 '강등-정직'으로 규정돼 있다"며 "간통죄가 위헌이 되면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런 행위가 불법에 해당해도 피해자는 A씨의 배우자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동료와 부정행위를 하고 배우자와 다투다 폭행하는 등 공무원 품위를 손상했고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단순한 애정관계를 넘어 업무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것이거나 정상적 업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