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복귀한 전공의에 "느그 부모는…" 집단 괴롭힘 '폭로'

종합병원 취업 사직 전공의 '폭로' 나서

의사 익명 커뮤니티 조리돌림에…
해당 병원 취업 전공의 2명 중 1명은 퇴사

의료현장 지킨 전공의 이어 취업 일반의까지 공격
"극단적 집단 린치 당해…도와달라"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아과 예비 전공의 출신으로 사직 후 2차 병원에 일반의로 취업한 20대 일반의가 익명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상털이’ 및 ‘집단 괴롭힘’에 대한 폭로에 나섰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부터 시작된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조리돌림 등 비도적적 행태가 계속되면서 의료현장을 지키길 원하는 전공의들의 복귀마저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예비 전공의였다는 20대 A씨는 지난 1일 자신의 블로그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부천세종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서울 성애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다”고 신원을 밝혔다. 성애병원은 30여개 진료과를 갖춘 2차급 종합병원이다.그는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괴롭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며 "괴롭힘이 시작된 이유는 커뮤니티의 기준에 맞지 않는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단 하나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1월1일 성애병원에 일반의로 지원했고, 7일부터 정형외과에 배정돼 근무를 시작했다. 병동 및 수술방 업무 보조가 그가 맡은 주 업무다. 그런데 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실명 또는 초성을 언급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면접관께서 이전 근무자들이 협박 전화를 받고 그만뒀는데 괜찮을지 물어보셨으나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동기 선생님이 제게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것을 알려준 뒤 그분은 바로 그만뒀고, 저는 그만둘 수 없어 계속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A씨 블로그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가 근무를 시작한 당일 의사 커뮤니티에 "성애병원에 2명이 지원했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며 신상을 캐묻는 글이 올라왔다. 이틀 뒤 A씨와 입사 동기 1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이후 “느그 부모는 그날 하루만 좀 참지 못 참아서 너 같은거 낳았냐”, “한자리라도 준다냐?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냐?”, “이 시기에 소아과 선택한 것부터 일관되게 멍청하다”, “배신자 낙인찍어야 한다” 등 A씨를 비판하는 글과 욕설이 이어졌다.

A씨는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조리돌림이 사직하지 않고 병원을 지킨 전공의들에서 지금은 사직 후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계약 의사)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련을 그만두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부역자', '감귤'이라 부르며 박제하고 비난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점점 심해졌다"며 "감귤은 처음에는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수련의만을 지칭했으나,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계약 의사)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료: A씨 블로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사직이 확정된 전공의(레지던트) 총 9198명 중 의료기관에 재취업해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50.4%인 4640명에 달한다 대부분은 중증 의료와는 관계 없는 1차 의원급 기관에서 근무 중이지만 종합병원 등에 취업해 전공의의 역할을 대신하는 식으로 현장에 복귀한 의사들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분기와 3분기 사이 종합병원급 일반의는 236명에서 689명으로, 병원급 일반의는 253명에서 731명으로 각각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표적인 전공의 수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급 일반의도 같은 기간 203명에서 223명으로 늘었다.

A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