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자 회사채 훈풍…두 달 연속 3조원 순발행

기업들, 선제적 자금확보 나서
연초 발행서 연말로 계획 수정
▶마켓인사이트 12월 2일 오후 4시 13분

연말 회사채 시장에 때아닌 훈풍이 불고 있다.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이 몰리면서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최근 두 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통상 연말은 회사채 시장의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분기 들어 이날까지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은 6조6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10월(3조754억원)에 이어 지난달(3조6155억원)에도 순발행액 규모가 3조원을 웃돌았다.

연말은 기관들의 장부 마감이 이뤄지는 시기다.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게 일반적이다.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자 연말까지 회사채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채 발행 기업 수도 ‘역대급’이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은 15곳에 달한다. 경기 불황을 우려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앞다퉈 회사채 시장을 찾은 영향이다. 이달 들어서도 자금 조달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 한화생명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 허브리츠 등이 막바지 회사채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회사채 발행 환경이 개선되자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조달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낮추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데 따른 효과다. 3년 만기 회사채(AA-)는 연 3.1%대까지 떨어졌다. 2022년 3월 25일 연 3.163%에 마감된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KT, SK브로드밴드 등은 만기 회사채 대비를 위해 내년 초 발행을 고려했지만, 올해 4분기로 조달 시기를 앞당겼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내년 초를 피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요도 풍부하다. ‘큰손’ 기관들이 내년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 회사채 가격이 낮은 시기에 물량을 미리 담아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에쓰오일(1조1800억원), KT(1조1600억원) 등은 조 단위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기존 예상보다 키우는 데 성공했다.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회사채 시장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 부담이 낮아진 만큼 풍부한 유동성의 ‘연초 효과’가 연말부터 시작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실탄을 채울 호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