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아이돌과 연애하는 꿈을 꿨잖아, 그게 소설이 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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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소심이의 참견한 해를 마무리하는 풍경들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각종 시상식.
열렬히 사랑하는 존재들의 이야기
장편소설 이희주 지음
비운의 아이돌과 고래인간의 운명적 만남
장편소설 김명주 지음
연일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에 대해 지난 1년을 평가하는 시상식 예고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K-POP 가수들의 무대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라는 궁금함이다.팬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날씨도, 지역도 심지어 막대하게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르는 비용까지. 하지만 팬덤은 이해의 영역이 아닌 인정의 영역이니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엇인가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그 마음과 부지런함은 참으로 부럽다.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이십 대 여성과 만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 소설이지만 아이돌 팬덤에 대한 보고서 같은 흥미로운 소설이다. 제목은 더욱 흥미롭다. 이희주 작가의 ‘환상통’.N 그룹의 멤버 M을 사랑해 그들의 라이브 사이클을 함께하는 휴학생 m. m은 이러한 경험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기록으로 소유한다. 연애소설을 찾아 읽으면서 자신이 겪는 사랑의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 큰 고독을 맛보게 된다.역시 아이돌 빠순이 만옥은 사랑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M을 보지 못하는 날에는 괴롭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니 괴롭기만 하다. 심지어 M이 먹고 건물 앞에 내놓은 빈 그릇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할 만큼 직진이다. 휴학생 m과 만옥은 공개방송에서 우연히 조우하며, M과의 사랑을 이해하고 공유하게 된다.
한편 이런 만옥을 짝사랑하는 열아홉의 남자는 현실 세계에서 도무지 볼 수 없는 아이돌을 사랑하는 만옥을 이해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그녀를 이해하고자 m을 찾아가고, m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영상과 사진을 통해 만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루어지는 것이 사랑의 최고의 가치이자 결과물이 아니기에 아티스트와 팬의 사랑은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사랑이 아닐까. 더 이상 환상통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고, 안타깝고, 다소 어두운 단어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비운의 케이팝 아이돌과 고래인간 소년의 운명적 만남. 만남만으로도 이미 충만한 판타지다. 김명주 작가의 ‘검푸른 고래 요나’. 베일에 싸여있고 신비롭다는 의미에서 묘하게 닮아있는 고래인간과 아이돌이 만들어내는 이 이야기는 등장인물만으로도 흥미롭고 미스터리하다.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케이팝 루키’)에서 승리하며, 아이돌 그룹의 센터가 된 ‘강주미.’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은 후 고교생 신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의 학교생활이 순탄할 수 있을까? 나 홀로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중 고교 밴드 경연에서 우승한 ‘디바인 핸즈’에서 일렉기타를 연주한 동급생 ‘최요나’와 만나게 되고, 둘은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하지만 요나는 주기적으로 고래의 몸으로 변하는 ‘고래인간’. 요나는 바다 아래 바다에 사는 하얀 혹등고래와 대화를 나누고 그가 주는 묵계를 받아서 살아간다. 요나의 비밀을 알게 된 주미는 고래인간을 추적하는 이들을 피해 그가 안전하게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갑자기 ‘고래인간’이 등장하면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음하려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편협함 그리고 대중음악 산업의 문제점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야기해 나간다.
앨범 발매일에만 증정하는 브로마이드를 받기 위해 대형 서점을 찾아 줄을 서던 그 시절 나의 아이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소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