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코앞인데 어쩌나" 발 동동…잔금대출 쇼크에 '연쇄 비명'

오피스텔·상가 잔금대란 공포
공사비 회수 못한 건설사 '연쇄 비명'

집단대출 축소 후폭풍
80%까지 나오던 잔금대출 한도
대출규제로 분양가 절반도 안나와
불황에 매수세 끊겨 처분도 못해

시행사·건설사 '잔금대출 쇼크'
미분양에 내주던 대출마저 막혀
중도금 연체땐 금융사까지 '불똥'
"DSR 규제서 잔금대출 제외해야"
부동산시장 침체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집단대출 문턱이 높아져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 레지던스(생활숙박시설) 등 비아파트 계약자의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아파트와 달리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은 대출이 막히면 자금을 구할 방도가 딱히 없다. 대출 옥죄기에 따른 입주 차질로 시행사와 건설사 등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뚝 끊긴 비주거시설 대출

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지식산업센터, 상가, 레지던스 등 수익형 부동산의 집단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개인 부동산담보 대출도 비아파트는 취급하지 않는 시중은행이 대부분이다. 2금융권 역시 기존 분양가의 70~80%이던 잔금대출을 30~50% 수준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입주를 앞둔 수익형 부동산 계약자 대부분이 대출 축소로 잔금 마련에 애를 먹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레지던스는 대출 중단으로 계약자 700명 중에서 500명이 잔금을 내지 못했다.

지식산업센터는 비아파트 분양 계약자의 ‘돈줄’이 메마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3~4년 전 호황기 땐 금융권이 너도나도 대출을 내줬다. 기업대출로 분류돼 대출이 분양가의 70~80%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대출은 대부분 분양가의 50%를 밑돈다. 공급 과잉과 경기 부진 등으로 지식산업센터의 담보 가치(가격)가 하락하고 연체 리스크가 커지자 금융권이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어서다.오피스텔과 상가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회사원 B씨는 “대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 도저히 잔금을 마련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비해 ‘엑시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계약자가 손해를 감수하고 분양권 처분에 나서지만 매수세가 끊겨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아파트와 달리 전세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도 쉽지 않다. 제1금융권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분양자 대상 대출 상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할 수 있게 구제책을 마련한 레지던스도 대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레지던스 분양계약자는 “시행사에서 연결해 주는 일부 제2금융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융사는 아예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레지던스는 시행사와 분양계약자 간 ‘사기 분양’ 소송까지 겹쳐 대규모 잔금 미납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고삐를 죄면서 아파트 집주인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0월 아파트 분양계약자의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잔금대출 미확보’ 응답 비율이 30.9%로 가장 많았다. 1년 전(20.8%)보다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미담대까지 막혀…건설사 부담 가중

시행사는 재무 부담 악순환 고리에 허덕인다. 대출 규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어렵게 분양계약자를 모으더라도 대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주상복합 사업을 하는 B시행사 대표는 “대출 축소로 입주를 못 하는 계약자가 늘면 급매 물건이 쏟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분양 상가와 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한 ‘미분양 담보대출’이 막힌 것도 문제다. 그동안 시행사는 금융권에서 오피스텔 등을 담보로 ‘미분양 담보대출’을 받아 건설회사에 공사비 일부를 상환했다. 최근 이마저도 쉽지 않아 자금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잔금 납부율이 60%를 넘겼지만 금융권에서 미분양 담보대출을 거절했다. 계약금 10%에 중도금까지 더해 70% 정도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미분양 물량(200억원 규모)이 해소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아 지식산업센터가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심은지/이인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