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율주행 '투자 대박' 브라이언 강 대표, "AI 시대 광반도체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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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밸리에 노틸러스벤처스 창업"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를 손실 없이 빠르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에서 여러 이유로 병목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가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위라이드, 말루바 등 딥테크에 집중 투자
AI 시대 반도체 핵심은 '병목 현상' 해소와 저전력
빛으로 통신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 주목
인메모리컴퓨팅 스타트업에도 삼성 SK 공동 투자
브라이언 강 노틸러스벤처스 대표를 최근 만나 미래 기술 트렌드와 그가 주목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 들었다. 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설립된 삼성벤처투자 미국법인의 창립 멤버로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대만 폭스콘 출신 코니 솅과 함께 노틸러스벤처스를 창업했다.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서비스 창출이 아닌 근본적인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딥테크' 기업 투자로 실리콘밸리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가 2018년 말 조성한 두 번째 스타트업 펀드는 유망 기업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상위 10%'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딥러닝 전문 캐나다 스타트업 말루바(마이크로소프트에 피인수), 고객 동의를 얻어 스팸성 이메일을 분류하는 앱을 개발한 에디슨소프트웨어(Yipit에 피인수), 각국 정부의 규제 관련 실시간 데이터를 모아서 기업에 유료로 제공하는 피스컬노트(뉴욕 증시 상장), 최근 나스닥에 상장해 관심을 끈 중국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 기업 위라이드 등이 강 대표가 첫 번째와 두 번째 펀드를 통해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병목현상 대안은 '실리콘 포토닉스'
그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신기술은 실리콘 포토닉스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기 신호를 구리 선을 통해 전달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강 대표는 "엔비디아 블랙웰 같은 첨단 AI 가속기 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활용도는 40% 수준에 그친다"며 "반도체와 반도체를 연결하는 구리 선의 한계로 GPU 옆에 배치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대역폭(한 번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 포토닉스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손실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AI 시대 병목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를 시멘트로 비유해서 설명했다. 일반 반도체의 경우 공장에서 시멘트를 생산하고 이를 집하장으로 보내고, 트럭이 포대에 실어서 각 공사장으로 운반하는 식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비용의 손실이 발생한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순식간에 시멘트를 전국 각 공사장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란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가진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강 대표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의 선두 실리콘 포토닉스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Ayar Labs'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2021년 엔비디아, 글로벌파운드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과 함께 '시리즈B'에 참여했다. 강 대표는 "TSMC와 삼성전자가 차세대 사업으로 실리콘 포토닉스를 꼽았다"며 "Ayar는 기술적인 검증이 끝난 상황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SK 관심 가진 '인메모리컴퓨팅' 스타트업 투자
강 대표는 AI 시대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기술 '인메모리컴퓨팅'에도 주목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 저장 장치 역할을 하는 메모리반도체가 GPU나 CPU처럼 연산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부담이 줄고, 병목 현상이 감소할 수 있다. AI 반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인메모리컴퓨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큰 관심을 갖고 유망 기술이나 기업 발굴에 적극적이다.노틸러스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인메모리컴퓨팅 대표 기업은 디매트릭스(d-Matrix)다. 대규모 언어모델에 특화된 추론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업체다. 유명 반도체기업 마벨에서 독립한 스타트업이다. 추론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인 DIMC(디지털인메모리 컴퓨터)로 불리는 기술을 쓴다. 생성 AI의 추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초당 10~20배 더 많은 생성 추론이 가능하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은 10~20배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기업 가치는 10억달러를 넘었다. 이 회사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유명 반도체 기업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했다. 강 대표는 "디매트릭스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중동 자금을 받아서 미국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최근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포인투테크놀로지(Point2Technology)도 강 대표가 오래 전 유망 기업으로 보고 투자한 기업이다. 데이터센터에서 통신 거리가 짧은 구리선, 아직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 광통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튜브'라는 통신용 케이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구현하는 네트워크 반도체를 설계하고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생산해 판매한다. 이밖에 대규모 언어모델을 위한 텍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분야, 슈퍼컴퓨터용 클라우드서비스, 기후 테크도 관심 분야다. SaaS도 최근 기업 가치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AI시대 데이터는 제2의 석유산업
강 대표는 AI 시대 데이터 관련 산업의 위상을 '제2의 석유'로 비유했다. 글로벌 시추 시장만 수백조 원 규모고 정유와 에너지 시장은 더 크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AI 서비스 등 데이터를 활용한 각 시장이 모두 수십조달러 시장으로 성장했거나 커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전 세계 데이터 시장은 석유 산업만큼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노틸러스벤처스는 최근 세 번째 펀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내년 1분기 1차 클로징 계획이다. 데이터 산업에 속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유망 기업들, 기후 테크와 관련한 모밀리티 기업, AI를 활용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주요 투자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강 대표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라는 인류사를 바꾼 기술을 개발했지만 돈은 많이 못 번 것은 이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코어 기술을 응용해서 차별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서비스를 창출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