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솔솔…민주당 제기한 '계엄령 준비 의혹' 현실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갖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주장했던 '계엄령 준비 의혹'이 재조명받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 9월부터 꾸준히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긴급브리핑에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그는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계엄'에 대한 '설'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9월 1일 여야 당 대표 회담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담에서 "최근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완벽한 독재국가"라고 말했다.

'계엄 의혹'은 이 대표의 주장 이후 민주당 인사들의 입을 통해 더욱 확대됐다. 천준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다음날인 9월 2일 MBC 라디오에 나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됐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지금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선 그런 고민과 계획, 기획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후 민주당은 지난 11월 5일 계엄령 선포 전 국회의 사전 동의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낸 계엄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에도 국회의 인준을 받도록 규정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론을 발의하며 "계엄권 남용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엄 준비 의혹'을 "근거 없는 괴담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3일 "이 대표가 계엄령 선동 발언을 던지자 여러 민주당 의원이 일제히 가담했다"며 "하지만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 역시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강력히 비판했었다. 정해진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달 2일 브리핑에서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손톱만큼 (계엄령에 대한) 근거라도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대변인은 "근거조차 없는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에 맞서 윤석열 정부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브리핑 이후 딱 3개월 만에 계엄 선포는 현실화했다. 계엄령은 지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선포된 이후 44년 만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