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열기, 서거 100주년의 마지막 달까지 뜨겁다

지난 2일 대학로 에선
'오페라 거장' 푸치니가 남긴 19개의 가곡 전부 연주
가곡으로 만난 푸치니의 유머와 위트

국립오페라단, ‘서부의 아가씨’ 공연 개막
소프라노 임세경이 여주인공 미니 역할 맡아

코엑스홀, 연말 ‘투란도트’ 무대 예고
푸치니 서거 100주년, 다양한 무대의 향연
2024년이 저물기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음악가 쟈코모 푸치니를 향한 열기는 여전하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뜬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였다. 12월에도 푸치니와 관련한 여러 무대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푸치니가 가곡이라고?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렸던 <더하우스콘서트>에선 그의 색다른 음악이 울려퍼졌다. 소프라노 이승은의 목소리와 피아니스트 정태양의 반주가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덥혔다. 이날 그들은 익히 알려진 푸치니의 오페라 곡에 주목하지 않았다. 푸치니가 남긴 19개의 '가곡'을 전부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정태양은 "악보조차 구하기 어려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라며 "푸치니 서거 100년을 기리며 조금 색다른 무대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2일 하우스콘서트 공연 모습. / 사진제공. 하우스콘서트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가 남긴 곡들을 살펴보면 음악과 시는 한몸처럼 느껴진다. 문학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노랫말에 어울리는 음율을 붙였기에 청자들이 볼거리가 화려한 오페라 무대보다 더 가사에 집중하게 된다. 이날 공개된 푸치니의 곡들도 아름다운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깊은 고뇌와 인생의 쓸쓸함을 다루는 일반적인 가곡들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무대에서는 푸치니의 유머와 사랑 등 세속적인 이야기를 다룬 위트있는 노랫말과 신앙과 죽음을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룬 가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나의 집, 나의 집(Casa mia, casa mia)'은 본인의 집을 팔기 위한 홍보곡이었고 '나아가라, 우라니아(Avanti, Urania)'는 자신의 요트 진수식을 위해 지은 노래였다.푸치니가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하기 위해 만들어 제출한 작품 '거짓된 경고(Mentia l'avviso)'과 아르헨티나의 어느 학교 교가로 지어준 '신과 조국(Dios y Patria)'은 그가 생전에 큰 부를 누렸고, 유럽이 아닌 남미에까지 진출했던 성공한 음악가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연말까지 만나볼 푸치니 오페라 대작
푸치니를 낯설게 만날 수 있었던 가곡의 밤을 지나, 오는 5일부터 8일까지는 국립오페라단이 그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을 방문한 푸치니가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오페라로 알려져있다.미국 캘리포니아가 배경인 작품이기에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의 여주인공 미니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낙점됐다. 그는 2021년 이 작품 초연 당시에도 미니 역할을 소화했다. 임세경은 푸치니 작품에서 여러번 기용된 성악가다. 올해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에서 안젤라 게오르규와 여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됐고,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나비부인'에서도 초초상을 맡은 바 있다.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에서 '어게인 2024 오페라 투란도트'가 열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12개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할 예정. 투란도트로는 소프라노 아스믹 그레고리안·마리아 굴레기나, 칼라프 왕자로는 유시프 에이바조프를 만날 수 있다. 지휘는 세계적인 테너 출신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 등이 담당한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