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심야 비상계엄 선포…국회 155분 만에 '해제'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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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긴급 담화 발표…의원 190명 모여 '무효화'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가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키면서 윤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尹 "국회, 범죄자 집단 전락…사법·행정부 마비시켜"
우원식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로 계엄령은 무효"
한동훈 "계엄은 잘못된 것…집권 여당으로써 유감"
이재명 "악순환 끊어내고 정상 사회로 돌아갈 계기"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담화를 하고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자유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께서는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정책 기조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으로서 간곡히 호소드린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며 “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날 심야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사전 공지 없이 담화를 하고 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상황이다 보니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계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선포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계엄법 역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윤 대통령 담화 2시간35분 만에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시켰다.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계엄은 원래부터 무효였고 국회 의결로 무효임이 다시 확인됐다”며 “위기는 곧 기회다. 나라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번 불법 위헌 계엄 선포로 더 나쁜 상황으로 추락하는 게 아니라 악순환을 끊어내고 정상 사회로 돌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결의 직후 본회의장에서 군경을 향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경거망동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SNS를 통해 “계엄은 실질적 효력을 다한 것이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 군과 경찰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은 위법,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발생한다“며 “(군은) 위법, 부당한 지시는 거부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켜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