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밤 생중계 비상계엄 발표…대통령실 침묵 속 경비 삼엄 [종합]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입구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도 뉴스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았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해 "일련의 상황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밤 10시 23분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여러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이날 밤 9시를 넘으며 급변했다.

이 시간 전까지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 안으로 군 헬기가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다 밤 9시 30분을 즈음해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하며 기류가 급반전했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 사실은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일단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9시 50분께에는 방송사들 사이에서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다면 그 장소가 될 대통령실 내 브리핑룸 앞에 다수 기자가 모였지만, 문이 잠겨 입장이 불가능했다.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생중계는 안내도 없이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통령실 기자들도 급히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담화 생중계를 지켜봐야 했다.윤 대통령은 약 6분간 긴급 담화문을 낭독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다시 들고 일어나 곧바로 퇴장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한 4일 새벽 2시 현재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실 내부 경비는 한층 삼엄해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실 경비·경호는 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한층 삼엄하게 강화됐다.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경찰과 군의 통제로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이동 역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에서 4일 새벽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대통령실은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이번 계엄 선포는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며 "비상계엄은 원래부터 무효였고 국회 의결로 무효임이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이어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하게 돼 있지만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계엄 선포 자체가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원천 무효"라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