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해제 표결 전 국회 나간 與 원내지도부…"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다"

"비상의총 장소, 총 5번 바꿨다"
與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직전 국회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안팎에서는 "원내지도부가 애초부터 표결에 참석할 의지가 없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한 임이자, 신동욱, 정희용, 김대식, 조지연 의원 등은 3일 오후 11시40분경 본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함께였다. 다만 추 원내대표와 동행한 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이 이뤄지는 본회의장 대신 국민의힘 원내대표실로 향했다.정치권에선 여당 원내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4일 0시 6분경 당사에서 의총을 진행한다는 공지가 왔다"며 "비상계엄 해제 표결이 이뤄지기 직전이었고, 표결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원내대표실 안에 들어갔던 의원들은 공지 직후 당사로 향했고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추 원내대표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표결에 참석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추 원내대표가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다"며 "여기(본회의장)에 못 오게 문자를 돌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총 5번이나 의원들이 모이는 장소를 바꿨다"며 "장소가 계속 바뀌다 보니 표결 참석을 원하는 의원들조차 국회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40여명의 의원이 여의도 당사 등 국회 주변에 모였지만 지도부의 지침이 없어 대기하거나, 국회로 향했지만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같은 당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말했다.추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의 의견 조율은 없었다"며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의원들이 많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표결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민의힘은 계엄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4일 새벽부터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이어갔다. 이날 새벽 의원총회에서 TK(대구·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여기에 많은데 당연히 한 대표가 (당사에) 와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한 대표가 국회에서 나와 당사로 올 것을 촉구했다. 이에 다른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