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3학생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밤샘 집회 이어진 국회 앞

시민단체, 윤석열 퇴진 집회 주도
미신고 집회지만 경찰 소극적 관리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기자회견./김다빈 기자
"대통령이 불법적인 계엄령을 내린 사실에 분노해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김모 씨(17)는 “학교 수업을 빠지고 인천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4일 오전 9시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전날 밤부터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가 한창이었다. 국회의사당 직원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지나 출근길에 올랐다. 경찰은 입구에서 신분증과 출입증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다.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즉각 체포” 등의 구호가 적힌 푯말을 들고 있었다. 시민 이모 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참담했다”며, “전두환 시절도 아니고 2024년에 어떻게 계엄령이 선포될 수 있는지 충격을 받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집회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주도했다. 촛불행동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에서 범국민농성을 시작한다”며, “국회가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행동은 오는 6일까지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12시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대회가 열린다.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김다빈 기자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왔다는 독일인 조슈아 네트(Joshua Nette·29) 씨는 “민주주의 수호라는 중요한 목적을 위해 새벽 3시부터 시위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객 세이풀라 세커(Seyfullah Seker·25) 씨는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들었지만 겁나지 않았다”며 “뉴스를 보자마자 윤석열 퇴진을 위한 집회를 돕기 위해 달려와 밤새 이곳에 있었다”고 전했다.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오해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빨간색 점퍼를 입은 한 남성이 국회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저지당하자, 일부 시위대가 그를 윤석열 지지자로 오해해 밀치는 일이 발생했다. 남성 A씨는 “국회 내부 상황을 인터넷 방송으로 전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출입을 막았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30분께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는 약 2시간 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1시쯤 여야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