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춤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옮기는 공연, 어떠세요"

[인터뷰] 자코 반 도마엘
13~14일, 성남아트센터서 한국 초연
무용과 연극, 영화, 문학을 결합한 실험적 성격의 총체극
냉소적 풍자를 유지태의 따뜻한 목소리로 만나보세요
"관객이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하는게 이번 작품의 목표예요. 관객이 춤추고, 울고,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손가락 춤으로 삶과 죽음, 사랑을 담은 예술극 <콜드 블러드>의 연출가 자코 반 도마엘이 13·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이 작품의 한국 초연을 갖는다. 도마엘은 국내에서 영화 <토토의 천국>(1991), <제8요일>(1996)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자코 반 도마엘 / 사진. ⓒ Jimmy Kets
<콜드 블러드>는 무용과 연극, 영화, 문학을 결합한 실험적 성격의 총체극이다. 나노 댄스라고 불리는 손가락 춤으로 인간이 인생에서 보편적으로 마주하는 일들을 그려냈다. <콜드 블러드>는 2015년 벨기에에서 처음 공연한 뒤 유럽 각지와 대만에서 무대에 올랐다. 부인이자 안무가인 미셸 안느 드 메이와 함께 이끄는 벨기에 창작 집단 '키스 앤 크라이 콜렉티브'의 작품이다.

관객은 무대 상단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보게 된다. 무대 위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미니어처 세트와 카메라, 조명 장비가 갖춰져 있고 무용수와 스태프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볼 수 있다. 무용수들은 미니어처 세트에서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정교한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여기에 내레이션과 음악이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투사된다.
자코 반 도마엘 &amp; 미셸 안느 드 메이 / 사진. ⓒJulien Lambert
도마엘은 "관객들은 무대 위 공연과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스크린 속 영화를 동시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마엘은 이를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형태의 공연"이라고 명명했다. "이 포맷에 이름을 붙이자면, 일회성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연은 사전 녹화 없이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이죠. 유일한 기록 장치는 현장에 오신 관객들의 기억 뿐 입니다."
콜드 블러드 공연 현장 사진 / 사진. ⓒJulien Lambert
도마엘에 따르면, 관객들이 무대에 보이는 것을 실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이를 실제라고 믿고 싶어하는 마음 사이에서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의 상상력이 무대 위를 실제처럼 느끼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코 반 도마엘과 안무가 미셸 안느 드 메이는 이번 작품과 동일한 방식을 이용한 전작, <키스 앤 크라이>로 2014년 방한한 적이 있다. 하필 왜 손가락 춤이었을까? 그는 "아내와 생각을 주고 받던 어느날, 아이들 장난감을 가지고 손가락으로 춤을 추면서 실시간으로 영화를 찍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아내는 45년동안 몸으로 춤을 춘 사람인데, 손가락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해 내야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콜드 블러드 공연 장면 / 사진. ⓒJulien Lambert
2014년 전작 한국 공연 당시 내레이션을 맡았던 배우 유지태가 <콜드 블러드>의 내레이션도 담당하게 됐다. 이같은 선택에 대해 도마엘 연출은 "유지태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다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콜드 블러드>가 담고 있는 내용과 대조를 이룬다는 것."작품 내용은 냉소적인 풍자지만, 유지태의 목소리는 '당신은 곧 죽는다. 하지만 별 거 아니야'라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 같죠. 작품이 가진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한국 관객이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콜드 블러드 공연 장면 / 사진. ⓒJulien Lambert
[콜드 블러드 COLD BLOOD | 2024.12.13-12.14.|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