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가 헤더윅 “요즘 건물 따분해, 너무 따분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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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건축“따분하다.”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RHK
496쪽|3만원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이 현대 도시와 건축물에 내린 평가다. 그는 자신이 쓴 <더 인간적인 건축>에 이렇게 썼다. “따분한 풍경을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따분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따분한 사무실, 따분한 공장, 따분한 창고, 따분한 병원, 따분한 학교에서 평생을 일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197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헤더윅은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그는 건축뿐 아니라 온갖 것을 디자인한다. 펭이 의자 ‘스펀 체어’가 그의 작품이다. 런던의 새 이층 버스 디자인,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도 디자인했다. 미국 뉴욕의 명소가 된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구글의 마운틴 뷰 본사,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 등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한국엔 2027년 완공 예정인 서울 노을섬 공중 보행로가 있다.
그가 좋아하는 건물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까사 밀라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1912년 지은 이 주거용 건물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외관이 특징이다. 하지만 모더니즘 열풍이 불면서 이후 세계 곳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네모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헤더윅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평평하고, 너무 밋밋하고, 너무 직선적이고, 너무 반짝이고, 너무 단조롭고, 너무 진지하다”
모든 건물을 까사 밀라처럼 지을 순 없다. 이런 건물은 비싸다. 짓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도시에 필요한 건물을 제때 공급하려면 타협이 필요하다. 헤더윅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다만 평범한 건물이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지금보다 덜 따분한 건물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의 옛 건물들을 보면 건물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비슷함 속에 차이가 있고 이를 통해 리듬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한편 네모반듯한 건물은 비용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로 인한 도시의 단조로움은 결국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된다. 저자는 따분한 건물들이 인간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여러 부정적인 행동을 촉진해 갈등과 전쟁에 일조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본격적인 건축 비평서라기보다 선언문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의 주장은 타당하지만 독창적이진 않다. 많은 건축가가 했던 얘기들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