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올 악재는 없을 줄"…'6중고' 빠진 국내 증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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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하면서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이미 온갖 악재에 짓눌려있다고 봤는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졌습니다.”(A 자산운용사 대표)
올해 내내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던 국내 증시가 6중고에 빠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으로 부진한 가운데 상장사의 실적 추정치는 급속도로 하향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가 피해야 할 최악의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증시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4일 코스피지수는 1.44% 하락한 2464.0에 거래를 마쳤다. 계엄령 선포 상태가 길어지지 않고 6시간만에 해제된 결과다.
그러나 정치권이 빠르게 탄핵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올해 내내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84배로 이미 경기침체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출과 내수는 동반 둔화하고 있다. 11월 수출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로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 하향세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도 수출기업 중심인 국내 경재에 악재다. 설상가상으로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주요 국정 과제도 ‘올스탑’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윤 정부의 대표 국정과제 정책 관련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10.17%), 비에이치아이(-17.85%) 등 원전 관련주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18.75%), 포스코인터내셔널(-12.62%) 등 이른바 ‘대왕고래’ 관련주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신한지주(-6.56%)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도주가 사라진 증시에선 정치테마주만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 정공과 수산아이앤티, 에이텍, 이스타코 등이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채권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1% 오른 연 2.626%에서 마감됐다.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0.041%포인트 오른 연 3.21%에 장을 마쳤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대책 등을 급하게 내놨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사채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연말 기관 북클로징(회계 장부 마감)이 예정된 데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우려로 연말 자금조달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발행 일정을 내년 초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42원까지 뛰었던 환율은 이날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대비 15원20전 오른 1418원10전으로 출발한 후 장중 1415원 부근에서 움직이다가 막판 1410원까지 떨어졌다. 계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야간 거래에서 빠르게 해소된데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계엄 선포가 빠르게 해제되면서 4일 변동성은 적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 행정부 리더십 부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율이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계엄령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셀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강진규/장현주 기자
올해 내내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던 국내 증시가 6중고에 빠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으로 부진한 가운데 상장사의 실적 추정치는 급속도로 하향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가 피해야 할 최악의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급락한 정책주…날뛰는 정치테마주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증시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4일 코스피지수는 1.44% 하락한 2464.0에 거래를 마쳤다. 계엄령 선포 상태가 길어지지 않고 6시간만에 해제된 결과다.
그러나 정치권이 빠르게 탄핵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올해 내내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84배로 이미 경기침체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출과 내수는 동반 둔화하고 있다. 11월 수출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로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 하향세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도 수출기업 중심인 국내 경재에 악재다. 설상가상으로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주요 국정 과제도 ‘올스탑’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윤 정부의 대표 국정과제 정책 관련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10.17%), 비에이치아이(-17.85%) 등 원전 관련주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18.75%), 포스코인터내셔널(-12.62%) 등 이른바 ‘대왕고래’ 관련주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신한지주(-6.56%)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도주가 사라진 증시에선 정치테마주만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 정공과 수산아이앤티, 에이텍, 이스타코 등이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채권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1% 오른 연 2.626%에서 마감됐다.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0.041%포인트 오른 연 3.21%에 장을 마쳤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대책 등을 급하게 내놨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더 커질 것”
회사채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연말 기관 북클로징(회계 장부 마감)이 예정된 데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우려로 연말 자금조달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발행 일정을 내년 초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42원까지 뛰었던 환율은 이날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대비 15원20전 오른 1418원10전으로 출발한 후 장중 1415원 부근에서 움직이다가 막판 1410원까지 떨어졌다. 계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야간 거래에서 빠르게 해소된데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계엄 선포가 빠르게 해제되면서 4일 변동성은 적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 행정부 리더십 부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율이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계엄령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셀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강진규/장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