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군 파병과 통일의 기회

필연적 '과제', 北 민주화와 통일
현실 어려워도 '의지' 유지해야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지난달 6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벽면에 한 장의 포스터가 붙었다. 죄수복을 입은 김정은을 배경으로 ‘Arrest One, Save Millions’(한 명을 체포해 수백만 명을 구하자)라는 인권 포스터다. 포스터는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인권 탄압 실태를 고발하고, 탄압에서 벗어날 방안을 명료한 메시지로 담았다. 이 포스터가 우리에게 준 계시(啓示)는 북한 민주(자유)화에 매진하고 자유 통일을 준비·완성하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북한 민주화를 위한 기본 요소인 북한 정보화에 찬반 논란이 있고, 천문학적 통일비용 부담 등을 빌미로 통일 거부 담론이 확산하면서 통일 열기와 관심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통일의 당위성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국가·사회에는 ‘해야만 하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가 늘 있다. 한국의 당위적 문제 중 하나는 북한 민주화와 통일 한국의 완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애써 외면해 왔고 외면하려고 한다.북한발 상황적 조짐을 보면 통일은 아득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경제위기는 오랜 기간 제기된 상수다. 집단 소유와 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3대 세습으로 인한 착취적 제도, 대북 경제제재가 위기의 근원이다. 이런 중첩적 복합적 요인으로 체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9월 압록강 유역 홍수로 인한 사망·실종자 발생, 식량 부족, 배급량 축소 등도 민심 이반을 촉발할 변수다. 이는 민주주의 정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실패의 산물들이다.

10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1만여 명의 군인을 파병했다. 파병의 실익은 양면적이다. 파병이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민심 이반의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러 동맹 강화로 체제 안전판 구축, 핵미사일 능력 향상, 외화·식량·에너지난 극복에 도움 등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더 강해진 대북 경제제재로 주민의 내핍 생활 강요와 다수의 전사·전상자 발생은 민심을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파병의 주력인 20~30대는 체제 저항적 집단이다. 종전 후 이들이 귀국하면 전장에서 경험한 북한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의 체험, 부상 장병의 전쟁 트라우마 등이 후폭풍으로 작용해 체제 균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우리의 입장은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기반으로 새로운 통일 국가를 창조해 3대 세습 독재로 인한 주민의 빈곤과 억압의 사슬을 끊고 자유·민주 기반의 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당위적 책무 실현의 의지이며, 북한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자 선택이다.

국내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그렇다고 통일 의지를 높이고 북한의 위기 조짐을 자유 통일로 연결하는 과제를 피할 수는 없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위한 청사진은 물론 발전 방안과 정책 개발, 각종 통일 교육과 홍보를 꾸준히 진행해 통일 당위성을 확산해야 한다. 특히 통일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자기 결정권은 간섭 없이 행사돼야 한다. 이는 북한에 민주 정부가 수립돼야 가능하다. 동독 주민의 자기 결정권 행사는 민주 정부 수립으로 가능했다.

한편 북한에 민주 정부가 수립되기 위한 전제는 북한 정보화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 북한 정보화는 자유·민주 가치를 내재화해 공동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민주화의 정신적 토대로 기능하게 한다. 즉 북한 정보화는 주민 스스로 민주 정부를 수립할 능력을 키워준다. 이런 능동적 대응과 대비를 해놔야 통일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