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환자…의료데이터 개방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시스템이 민간 플랫폼 비대면 진료에 활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운영사 메라키플레이스)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비대면 진료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이달 출시한다. 의사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비대면 환자의 다른 병원 진료 기록, 투약 정보, 건강검진 결과, 예방접종 여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인 ‘건강정보 고속도로’ 정보를 민간 플랫폼에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연동하는 방식이다.그동안 업계에서는 동일한 성분의 약을 중복으로 처방받아 과다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비대면 진료의 약점으로 지적해 왔다. 의료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비대면 플랫폼에 환자정보 연동…투약·검진 내역 한눈에
'10조' 의료 데이터 시장 개방…마이데이터 시스템 구축 속도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필두로 민간 업체에 연동된다. 그동안 막혀 있었던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주요 헬스케어 기업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때 환자 기록 열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나만의닥터에 연동되는 의료 마이데이터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공개한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진료내역, 건강검진 이력), 건강보험심사평가원(투약 정보), 질병관리청(예방접종 이력), 의료기관 860곳의 데이터를 모은 것이다. 비대면 환자의 의료정보 제공 동의를 플랫폼에서 먼저 받고, 의사들은 관리페이지를 통해 정보 제공에 동의한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중 ‘적극해석’을 통해 나만의닥터에 기회를 처음으로 열어줬다. 대면 진료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에서부터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나만의닥터 운영사인 메라키플레이스의 선재원 대표는 “그동안 비대면 진료 의사들로부터 환자의 이전 진료 기록을 볼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란 건의가 많았다”며 “비대면 진료의 한계로 꼽혀온 중복 진료, 동일 성분약 처방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이 사실상 막혀 있다. 환자들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본인의 의료 정보를 CD로 따로 받거나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를 확인해 새 병원에 전달해야 한다. 과거 다른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도 흔했다.

정부로선 비대면 진료와 먼저 결합해 마이데이터 활용 성공 사례를 만들고, 비대면 진료 제도화 명분까지 쌓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 접근성을 높여 환자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정보기술(IT)과 보건의료 분야를 결합한 신산업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플랫폼 업체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료 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

주요 기업은 발 빠르게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에겐 약물 관리 서비스, 의료진에겐 중복 처방 방지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 사업을 위한 선도사업자로 카카오헬스케어를 선정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룰루메딕도 해외 병원을 이용할 때 개인 의료 정보를 조회,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내년 3월 개인 정보 전송 요구권 제도 시행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마이데이터 선도사업 지원 업체의 75%가 의료 분야였다. 그만큼 의료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기업이 많았다는 뜻이다. 진료 기록을 활용한 정말 진단이나 생활 습관 데이터를 결합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신약 개발과 질병 예측 기술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한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는 “토스는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1년 만에 10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며 “의료 마이데이터도 금융처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건의료 데이터 시장은 2033년 1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의료 정보가 워낙 민감한 만큼 상업적 활용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도 있다. 민간 업체의 돈벌이에 개인 의료 정보가 이용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마이데이터가 환자만의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성, 가공, 보관한 의사들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단체도 설득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 관련 진료 정보는 건보공단 등이 보유하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의 진료 정보는 각 의료기관에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