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폭풍…글로벌 투자자 "한국 시장 거리둘 것"

"한국 시장 변동성 올라가고 신뢰도는 낮아져"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일부는 반도체주 등 저가 매수 기회로 보기도
사진=AFP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자산에 대한 계엄령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변동성 증가, 일부에서는 신용 등급 하향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공든 탑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일부 전문가는 어차피 오래가기 힘든 대통령이었다며 한국 국가 시스템이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오늘 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했을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가들은 계엄령 선포 사태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일부에서는 국가 신용 등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올 2분기에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피한데다 내년 트럼프의 관세 폭탄 사정권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자산에 재를 뿌렸다는 분석이다.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폭락한 원화 및 한국 ETF 등은 낙폭을 줄였다.그러나 정부 신뢰도와 좀 더 연계된 한국 국채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은 2.75베이시스포인트(1bp=0.01%) 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8월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손상된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주에 대한 이사회 책임 강화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도 좌절을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스피는 1년 예상 장부 가치의 약 0.8배에 거래된다. MSCI월드 지수는 2.9배에 거래된다. ING은행 서울지점의 한국 및 일본 담당 수석 경제학자인 강민주는 "이 사건이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등급전망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 날 정치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한국의 신용 등급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계엄 사태가 바로 북한과의 대치, 배당에 인색한 지배구조 등에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소재 그래스호퍼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 다니엘 탠은 "장기적으로 계엄령 사건은 한국 관련 자산, 주식, 외환 및 채권 거래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부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지지율이 17%에 불과한 윤이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TS롬바드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 로리 그린은 “지지율이 낮은 윤은 결국 탄핵 가능성이 높고 내년 2분기에 대선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한국 자산은 이 과정이 끝날 때까지 압박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NY의 시장 전략 및 인사이트 책임자인 밥 새비지는 메모에서 "계엄령은 단명했지만 여파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와 대통령의 분열, 향후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가 한국 시장에 시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 있는 재너스 헨더스 인베스터의 의 샛 두르하는 “잘못된 정치적 도박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한국을 피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계엄령 사태로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을 멀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에 전략 자문 회사 ‘더 지오폴리티컬 비즈니스’의 설립자 아비슈르 프라카시는 “정치적 위기가 계속되는 동안, 트럼프와의 거래 등 한국의 해외 파트너와의 협상은 당분간 장애물을 만나고 마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팀 책임자인 크리슈나 구하는 “한국의 반도체 대기업과 자동차 기업, 배터리 기업등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하 전략가는 아직 한국의 상황이 글로벌 시장을 크게 흔들지는 않았지만, 미국, 일본, 스위스로 안전 자산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략가들은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가 매수 기회로 보기도 했다. 코스피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3개월간 6% 상승했다.

레일런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설립자 제이슨 허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국 기업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인공지능및 중국의 공급망 다각화 움직임 등 반도체 장기 강세장에서 한국 기업이 여전히 혜택을 볼 것이라며 정치가 발목을 잡는 것과는 무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생각은 올스프링의 이머징마켓 공동책임자인 데익 어윈의 의견과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의 계엄선포 사태가 "국내정치와 관련이 있고 한국의 기업 환경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보나치 자산 관리의 최고 경영자인 정인윤은 "윤의 정치 경력은 끝날 것이고 주식은 단기적으로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경제 성장에 대한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심 코프의 투자결정연구 수석책임자인 올리비에 다시에는 "어차피 대통령은 지지율이 극히 낮고 국회는 야당이 장악하고 있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국의 국가나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면 오늘 코스피는 10% 폭락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중국의 경제 침체와 관세 위협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의 자산은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나쁜 자산 중 하나였다. 올해 원화는 달러 대비 약 9% 하락하여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7% 이상 떨어졌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