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추경호 만난 尹…"野 폭거 국민에 알리기 위해 계엄"

尹대통령 왜 무리수 던졌나

잇단 탄핵 추진·예산 감축에
尹 더 잃을 게 없다 판단한 듯

"韓경제 큰 타격·민심 잃을 것"
韓총리 등 만류 뿌리치고 강행

대통령실 "의원 국회진입 안막아
국정 정상화와 회복 위한 조치"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저녁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야당은 감사원장을 탄핵하려고 하고, 예산안도 단독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등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계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약 6시간 뒤인 4일 새벽 이를 해제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곧바로 해제를 요구해 무력화할 수 있고, 계엄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만 좁히는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는, 실패가 뻔히 보이는 시도를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회동한 자리에서 직접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참모진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안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책임지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는 “해임한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김 장관이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추진하던 정책이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자 무기력함을 느꼈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계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 등 야당의 공세가 강화되자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설령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심이 돌아섰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선포가 입법과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일종의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계엄은 일종의 정치 활동 규제 조치”라며 “국정 마비를 그대로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보다는 국정을 정상화하고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과반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국회가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입을 막지 않은 것”이라며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3일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 처음 계엄에 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 등 국무위원 대다수는 “계엄을 하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 “국민들이 계엄을 납득하지 못할 것” 등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고 한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