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에 "우선 피하자"…하루 만에 '787억' 몰렸다
입력
수정
파킹형 상품에 자금 '피신'단기간 돈을 굴릴 목적으로 활용되는 파킹형 상품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파킹형 상품이 피난처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체 초단기채 펀드 설정액 32조
최근 일주일 새 6800억가량 증가
변동성 시장서 투자 '피난처' 각광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초단기채 펀드 65개의 설정액은 지난 4일 기준 32조5489억원으로 최근 일주일간 6781억원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에는 하루 만에 787억원 늘었다. 연초 이후로는 17조2438억원 급증했다. 지난 1주일간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펀드는 '유진 챔피언 중단기채'다. 이 펀드에 106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주식시장에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꾸준이 들어오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전체 ETF 중 최근 일주일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2572억원)로 집계됐다. 이밖에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795억원·8위)와 'RISE 단기통안채'(699억원·10위)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파킹형 ETF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한국 무위험 지표금리(KOFR) 등 초단기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연 3%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증시 변동성이 높을 때 피난처로 활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평가다.
파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이유는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중동 전쟁 등 각종 대내외 변수가 증시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점도 우려를 가중한다. 최근에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까지 부각되는 상황이다.이에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주가와 외국인 수급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정국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다만 과거 두 건의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던 때 증시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됐지만, 부정적 우려가 지속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단기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파킹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고 볼 수 없고, 각종 매크로(거시경제) 변수들로 글로벌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며 "한 가지 명확한 컨센서스는 금리 인상 기조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렇기 때문에 초단기 채권 상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란 측면에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며 "비상계엄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어 파킹형 상품의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