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대통령, 결자해지 차원에서 거취 조속히 결정하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오늘 이뤄진다.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면서도 탄핵은 막겠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새로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조속한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탄핵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당장은 탄핵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 나오는 사과 표명과 2선 후퇴,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 임명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탄핵안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 윤 대통령의 정상적 국정 운영은 기대할 수 없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 비상계엄 자체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인데,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 대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당일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고, 체포한 정치인을 과천의 한 장소에 수감한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 한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체포 대상 정치인 이름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를 두고 국가정보원장과 국정원 1차장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진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윤 대통령이 군 동원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을 빼내라는 지시, 김 전 장관이 출동 지시를 내렸고, 윤 대통령도 전화로 상황을 물었다는 증언이 계엄 지휘관들 입에서 나왔다. 계엄군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연수원에 투입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 조사’라며 내세운 이유는 일부 유튜버 주장과 흡사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 뚜렷한 근거 없이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을 헌법기관에 투입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대북 작전으로 알고 갔다가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한 출동 군인의 말 속엔 자괴감이 묻어난다. 군의 자부심을 짓밟은 책임은 반드시 가려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우리 사회에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는 겪어본 대로다. 고질적인 진영 갈등이 치유 불능으로 치달았다.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야당들은 ‘끝장 통과’를 위한 재발의를 예고하고 있어 국정 마비와 더 극심한 사회 혼란을 부를 게 뻔하다. 어렵게 쌓은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국격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금융 적신호는 곳곳에서 켜졌으나 공직자들이 손을 놓으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외교 일정도 정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관리들조차 “심각한 오판”이라고 하는 등 잇달아 계엄령 발령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미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이 연기됐고,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논의도 중단됐다. 외신이 ‘권위주의 정권 시대로의 회귀 시도’라고 비판하는 마당이다. 결국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이 모든 혼란상을 막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