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자영업자 울리는 '예약부도'…방지책 만든다

노쇼(no-show)
서울 중림동의 한 음식점에서 자영업자가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너무 속상해서 손님들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얼마 전 정성껏 만든 스콘 50개, 피낭시에 50개, 아메리카노 25잔, 딸기 라테 25잔을 앞에 놓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전화로 대량 주문을 넣은 이름 모를 손님에게서 ‘노쇼(no-show)’를 당한 것. A씨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작은 주문에도 울고 웃는 게 자영업자”라고 하소연했다.

“연 4조5000억원 손실…음식점 업종이 큰 피해”

노쇼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쇼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예약 부도’. 예약한 손님이 갑자기 취소해버리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일을 가리킨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외식업계 피해가 가장 크다. 음식점은 식사 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특성이 있어 예약자를 기다리느라 비워둔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하루 장사를 공치는 날도 빈번하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국장은 “30~40명이 예약했다가 노쇼를 하면 준비한 식재료를 그대로 버려야 한다”며 “심지어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보고서에서 음식점,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을 연간 4조5000억원, 이로 인한 고용 손실을 연간 10만8170명으로 추산했다.노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018년에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연회 시설을 제외한 외식업장에서 예약 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총이용 금액 중 10% 이내의 예약 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양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위약금 기준과 부과 유형을 세분화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먼저 한 뒤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 기준일 뿐이란 점에서 실질적 피해를 보상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예약 부도를 냈을 때 자영업자가 입는 피해를 일정 부분 책임지게 하는 구속력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유명 식당은 예약금을 도입하거나 식대를 선결제하도록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동네 장사’인 소규모 식당 등은 예약금을 요구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정부, 내년 중 분쟁해결 기준 개정키로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전문가들은 노쇼의 근본적 해결은 결국 시민의식을 통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직장에서 회식 날짜만 잡고 메뉴는 정하지 못한 채 중복 예약을 걸어놓다가 노쇼가 벌어지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물질적 비용뿐 아니라 육체적 비용도 들어간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