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행안·법제처장, 계엄 해제한 날 '대통령 안가'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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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해 바뀌기 전에 보자 한 것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이 계엄 선포 다음날이자 계엄 해제일인 지난 4일 밤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함께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 안 만나"
野 "송년회인가"
박 장관은 하지만 급박한 정국에서 이뤄진 회동에 대해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하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인다.박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의 질문에 세 사람의 회동을 인정하며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대통령 안가를 갔느냐고 정 위원장이 되묻자 "그날은 대통령을 만나러 간 게 아니다"고만 답했다. 2차 계엄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말에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박 장관은 '행안부 장관과 안가에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는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에는 "그날 저희가 다 사의를 표명한 날이었다"면서 "평소 국무회의에서 자주 보고 하지만 (따로 보는) 자리를 못 해서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 이런 (자리였다)"라고 답했다.장 의원이 말을 끊고 "친목 모임을 했다는 것이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과거 친목으로 특전사령관 등을 만났다고 했었다"고 따져 묻자 박 장관은 "제 이야기를 들어갈라"며 한쪽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채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박 장관이 이어 "사의를 다 표하니까 다시 자리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다 다른 약속은 취소됐으니까"라며 말을 잇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그렇게 한가합니까", "송년회에요?" 라는 야유가 나왔다.
그러자 박 장관은 "송년회 아닙니다"라고 답했다.하지만 법조계에선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인 검찰과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부처 수장과 국가 차원의 법령 해석 권한을 지닌 법제처의 처장이 '그냥 한번 보자'는 이유로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해명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법무부는 그간 박 장관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는지에 대해 함구했으나, 박 장관은 이날 참석한 게 맞는다고 확인했다. 다만 자신이 계엄 선포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 했다"고만 했다.
사전에 대통령과 계엄 선포의 법률적 요건을 상의한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저하고 사전에 상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박 장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국방장관 등의 내란 혐의 관련 수사에 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개별 사건 수사에 지금까지 장관으로서 관여한 적 없다"며 이날 대검에서 비상계엄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 것도 몰랐다고 답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