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때와 다르다…여당 '8표 이탈' 어려워진 이유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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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7시간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여당 이탈표 8표를 단속하는 ‘승부수’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다른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탄핵 반대’ 당론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바뀌지 않았다. 당 내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까지 여당에선 안철수 의원만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의 퇴진 방법과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 표명한 상태다.
당시에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로들은 ‘이듬해 4월 사퇴, 6월 대선’ 안을 제시했다. 탄핵 정국 초기에 이 같은 안을 박 대통령이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 실제 야당도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약속하면 탄핵이 아닌 ‘하야’로 입장을 선회하고, 거국 내각 구성 같은 타협 모드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후문이다.같은해 11월8일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 총리 통할 내각’ 카드를 제시했으나 야당 입장에선 “대통령이 전권을 넘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이때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탄핵 절차에 속도를 냈다.이번 윤 대통령 탄핵 국면과의 ‘결정적 차이’다. 국정농단 의혹과 비상계엄 선포라는 사안 성격은 다르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여당의 탄핵 표결 이탈표를 최소화하는 ‘정치적 딜’을 일단 성사시켰다고 볼 수 있다. 범야권 표가 192표로 탄핵에 필요한 200표까지 2016년보다 객관적 조건이 유리해졌지만 가결은 더 어려워보이는 이유다.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해도 문제가 발생한 지난 3일 밤부터 이날 표결 시점까지는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비상 계엄 사태의 정확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여당 의원들이 “당론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불구하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기 쉽지 않단 얘기다.여당은 현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차기 대권을 내줄 확률이 높은 데다 이른바 ‘탄핵 트라우마’도 감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이 아닌 질서 있는 퇴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잠재적 유력 야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셈법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에 했던 것처럼 적어도 10표 이상 (여당) 표를 여유 있게 확보하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당 설득) 절차를 잘 밟지 않으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 아니냐”면서 “그럴 때(탄핵안 부결) 올 수 있는 국민들의 좌절을 민주당이 책임져야 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與에 정치적 공간 열어둔 '질서 있는 퇴진' 전략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담화를 통해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에 탄핵 외의 ‘정치적 수습 대안’을 제시할 공간을 열어둔 것이라 할 수 있다.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 가능해진 대목이다. 대통령 ‘2선 후퇴’도 선택지에 포함된 게 포인트. “윤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입장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2선 후퇴 수용, 임기 단축 개헌 등의 카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조기 퇴진’ 방식이 꼭 탄핵만 있는 게 아닌 상황이 됐다.한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긴밀하게 소통하며 민생경제를 챙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신 책임 총리가 여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여당의 ‘탄핵 반대’ 당론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바뀌지 않았다. 당 내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까지 여당에선 안철수 의원만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의 퇴진 방법과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 표명한 상태다.
8년 전 탄핵 국면 "2선 퇴진" 朴은 받지 않았다
시계추를 8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더불어민주당이 처음부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2016년 10월25일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사과 직후 야당에선 ‘거국 내각’ 요구가 나왔다.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으로 갈 생각이 없다”고까지 했었다. 탄핵안이 가결된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당시에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로들은 ‘이듬해 4월 사퇴, 6월 대선’ 안을 제시했다. 탄핵 정국 초기에 이 같은 안을 박 대통령이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 실제 야당도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약속하면 탄핵이 아닌 ‘하야’로 입장을 선회하고, 거국 내각 구성 같은 타협 모드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후문이다.같은해 11월8일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 총리 통할 내각’ 카드를 제시했으나 야당 입장에선 “대통령이 전권을 넘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이때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탄핵 절차에 속도를 냈다.이번 윤 대통령 탄핵 국면과의 ‘결정적 차이’다. 국정농단 의혹과 비상계엄 선포라는 사안 성격은 다르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여당의 탄핵 표결 이탈표를 최소화하는 ‘정치적 딜’을 일단 성사시켰다고 볼 수 있다. 범야권 표가 192표로 탄핵에 필요한 200표까지 2016년보다 객관적 조건이 유리해졌지만 가결은 더 어려워보이는 이유다.
한달 보름 걸렸던 朴 탄핵 vs 나흘 만의 尹 탄핵
탄핵 표결까지의 ‘물리적 시간’이 짧은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한 10월25일부터 실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2월9일까지는 한 달 보름가량 걸렸다. 주말마다 탄핵 촉구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여당 의원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해도 문제가 발생한 지난 3일 밤부터 이날 표결 시점까지는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비상 계엄 사태의 정확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여당 의원들이 “당론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불구하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기 쉽지 않단 얘기다.여당은 현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차기 대권을 내줄 확률이 높은 데다 이른바 ‘탄핵 트라우마’도 감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이 아닌 질서 있는 퇴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잠재적 유력 야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셈법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에 했던 것처럼 적어도 10표 이상 (여당) 표를 여유 있게 확보하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당 설득) 절차를 잘 밟지 않으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 아니냐”면서 “그럴 때(탄핵안 부결) 올 수 있는 국민들의 좌절을 민주당이 책임져야 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