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가 트럼프 상대해야 할 판…韓 정상외교 '올스톱' 위기

한미 정상회담 차질 불가피
정치적 판단 최대한 피할 듯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 퇴진에 합의하면서 한국 정상외교가 올스톱될 위기에 빠졌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한 총리와 회동한 뒤 “윤 대통령은 퇴임 전까지 외교를 포함한 일체의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과의 정상외교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권이 강화된 국무총리가 정상외교를 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통령 대리’ 자격으로서의 접근은 상대국 정상과 외교적 격을 맞추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상대국으로 하여금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향후 외교 활동에 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 외교가 ‘현상 유지’에 주력하면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결정은 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부분 국가는 국제 관행상 외국의 대행정부를 잘 상대해 주지 않는다”며 “해외 국가는 한국과 아주 일상적이고 행정적인 소통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 추진이 큰 난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새 행정부 정책이 수립되기 전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우리 정부 입장이 미국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한국 기업의 관세 문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협상에서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해 2선으로 후퇴했지만 법적 권한은 유지돼 한 총리가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장관급 차원에서라도 미국 측과의 물밑 소통을 통해 실무급 라인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추진해 온 한·일 협력도 추가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윤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