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보다 거센 K팝 아이돌 응원봉 화력…'응답하라'도 소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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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촉구 집회에 모인 K팝 아이돌 팬들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엔 촛불보다 더 화려하게 빛을 내는 응원봉 물결이 일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등 일부 민중가요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줄곧 이어진 노래는 K팝이었다.
노래 부르며 유대감 다지고 질서 있는 모습
K팝 글로벌 파급력에 목소리 내는 팬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의 모습이다. 탄핵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집회의 분위기는 비교적 밝았고, 응원봉을 든 이들은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 '위플래시', 로제 '아파트', 세븐틴 부석순 '파이팅해야지', 지드래곤 '삐딱하게' 등을 떼창하며 질서정연하게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광경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AFP통신은 "집회 참가자들이 K팝을 들으며 즐겁게 뛰고,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집회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 역시 "국회 앞 시위가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짚었다.
빅뱅, 아이유, 소녀시대, 샤이니,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세븐틴, NCT,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등 각종 응원봉이 등장했다. 콘서트 등 무대에 오른 가수를 응원하는 현장에서 팬들이 소지하는 응원봉은 팬덤 문화의 '상징'이다. 누구의 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표식과도 같은 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간 이들은 서로 연대하며 성숙한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에는 삼삼오오 머리를 맞댄 응원봉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K팝 팬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유대감을 쌓고 서로 응원하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추위를 견뎠다는 후기가 쏟아졌다.응원봉의 화력은 촛불보다 거셌다. 지난해 K팝 앨범 판매량은 1억장을 돌파했다. 특히 K팝 팬덤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 포진돼 있으며 그 규모도 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도도 높은 집단으로, '응원봉 집회'의 모습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며 해외 팬들 사이에서 동참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K팝 팬덤의 특징 중 하나는 열성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단체로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다 같이 모여 목소리를 내면서 현재의 팬덤 비즈니스를 키운 핵심 축이다. 과거에는 가수와 기획사를 향해서만 행동했지만, 이제는 K팝 아이돌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며 국위 선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행동 범위도 더욱 커졌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하는 데 K팝과 한류가 주요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위세를 떨쳤던 한국이었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K팝과 독재자, 한국의 두 얼굴을 계엄이 드러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팬덤은 사회·정치적 문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며 가수와 자신은 물론 모두가 보다 나은 사회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이들은 '응답하라 1997'에서 H.O.T.의 열성 팬이던 성시원과 '응답하라 1988'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성보라에 자신들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가수들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하는 편이지만, 팬들이 나서는 상황에서 조용한 응원을 전하고 있다. 원위 강현은 팬 플랫폼 메시지를 통해 "유난히 더 춥고 밥은 먹었는지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은 하루"라며 팬들의 안부를 물었고, 엔믹스 규진은 "따뜻하게 입었지? 핫팩 필수, 장갑도 꼭"이라고 전했다.
B1A4 공찬도 "날씨 많이 추운데 따뜻하게 입었지? 추운데 주말인데 너무 고생했다. 집에 조심히 돌아가고, 들어가면 따뜻한 물 마시고 따뜻하게 쉬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샤이니 온유도 핫팩과 장갑을 챙기라며 팬들을 걱정했고, 스테이씨 등 다수의 아이돌이 상태 메시지에 촛불 이모티콘을 붙였다. 이 밖에 이달의 소녀 출신 이브, 제로베이스원 박건욱 등도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