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일회용품은 크리스털만큼 소중한 재료다

재활용 쓰레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프랑스 업사이클 조형예술가 윌리엄 아모르

파리 10구에 위치한 작업실 라브와르
일회용 폐기물로 만든 그의 작품들

발렌시아가, 발망, 쇼파드, 랑콤 등
여러 패션 럭셔리 브랜드들과 협업하기도
일회용 비닐봉투와 페트병으로 만든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

파리 10구에 위치한 예술가 마을 빌라 뒤 라브와르(Villa du Lavoir)에는 인테리어, 텍스타일, 주얼리, 조형 예술 등 작품 연구와 창작 활동에 열정적인 예술 작가 십여 명의 작업실이 모여있다.그중 업사이클 조형예술가 윌리엄 아모르(William Amor)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 그의 첫 번째 개인 전시 때이다. 그동안 지켜본 그가 전달하는 작품의 메시지와 창작 활동은 정말 놀랄만하다. 윌리엄 아모르의 작업실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마치 숨겨져 있던 비밀의 정원을 찾은 듯 지지 않는 꽃들이 작업실 구석구석 만발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윌리엄 아모르는 도시의 아스팔트 바닥에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한다. 길바닥에 버려진 일회용 비닐봉투는 한 송이의 여린 양귀비꽃으로 피어나고, 담배꽁초의 필터는 봄을 알려주는 진노랑 미모사 꽃이 된다. 그리고 버려진 생수 패트(PET) 병은 유리 같은 아이리스 꽃으로 피어난다. 윌리엄은 일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활용 폐기물로 꽃이 만발한 자연을 만들어 내는 마법의 정원사이다.
William Amor / 사진. ©Damien Grenon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작 예술품
나의 작품의 가치는 단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그에 사용된 기술에 의미를 둔다. 나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버려진 비닐과 플라스틱이 실크나 유리만큼 소중한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윌리엄 아모르는 그의 작품을 통해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예술가이다. 비닐봉투,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물병 등은 짧게는 100년, 1000년이 지나야 분해가 된다고 한다. 분해되지 않는 비닐봉투와 페트병은 땅속에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유해 물질을 내뿜고 잘게 분해되어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그는 작품을 통하여 업사이클에 대한 메시지 전달과 지구 오염을 초래하는 과잉 소비 절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작> (Les Créations Messagères)이라는 모토 아래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인 일상생활의 소모품을 자연과 생명체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자 한다. 역사 깊은 프랑스 수공예 장인 기술에 그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을 더해 자기만의 새로운 작업 기법을 만들어 내었다.
[좌] William Amor 작업실 / 사진. ©Julie Limont [우] William Amor 작업실, 패트병으로 만든 꽃잎들 / 사진. ©정연아
그의 섬세한 손놀림과 창의력으로 더럽고 값어치 없어진 폐기물들은 세척, 위생 처리된 후 착색이나 염색 과정을 거쳐, 주름, 엠보싱, 판화처럼 음영 조각되어, 반투명의 새로운 질감으로 변신한다. 이렇게 소재가 준비되면 꽃잎 하나하나, 이파리 하나하나를 인내심을 가지고 제작하고 함께 모아져 작품으로 탄생된다. 그의 작업 과정은 마치 보석 세공사가 귀금속과 보석을 다루는 손길과도 같고 명품 브랜드의 오트쿠튀르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손길과도 같다. 지구 오염의 원흉인 폐기물은 윌리엄 아모르의 손길이 닿아 소중한 보석, 크리스털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크가 된다.
[좌] Iris Plastic Bottle 'Aubergreen', Mobilier National, 2021 / 사진. ©William Amor [우] WilliamAmor X Balsan 협업, 2023 / 사진. ©Tanguy de Montesson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약속과 환경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사명에 힘입어 윌리엄 아모르는 가치 없는 일회용 폐기물과 패션 럭셔리 브랜드와의 불가능한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2024년 발렌시아가(Balenciaga) SS25 패션쇼에서 수석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발렌시아가의 아이코닉 깃털 드레스를 선보였다. 이 드레스는 파리 시내에서 주운 250개의 비닐봉투로 만들어진 7,000개의 핑크빛 깃털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좌] 발렌시아가 SS25 콜렉션, 상해 / 사진. ©Balenciaga [우] 깃털 드레스 디테일 / 사진. ©William Amor
2023년 발망(Balmain) SS24 기성복 컬렉션에 장미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뷔스티에 액세서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설명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이 작품이 페트병과 플라스틱 기름통 그리고 바닷가에서 수집된 어망과 밧줄로 만들어졌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Balmain SS 24 콜렉션Rose garden 1, 2 / 사진. ©Balmain
2024년 6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박람회의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쇼파드(chopard)의 요청으로 14개의 쇼윈도 시리즈와 파리 방돔 광장의 쇼파드 부티크에 장미의 정원을 만들었다. 윌리엄 아모르의 손길은 가치 없는 버려진 비닐봉투와 페트병 그리고 몇천만 원이 넘는 럭셔리 시계와 다이아몬드 주얼리의 상상할 수 없는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Chopard 쇼윤도우 “장미 정원”, Watches and Wonders 24 페어, 2024, 제네바 / 사진. ©Jess Hoffmann
2023년 윌리엄 아모르는 랑콤(Lancome)의 초대로 수천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샹들리에와 260송이의 튤립으로 둘러싸인 대형 장미 꽃다발로 이루어진 <변신의 극장> (Theater-of-metamorphosis)을 중국 상해에 설치하였다. 이 작품은 2024년 8월까지 상해에 전시되었고 메인 피스인 대형 장미 꽃다발은 2024년 9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창작과 공예 페어 호모파베르 24 (HOMOFABER 24)로 이동 전시되어 방문객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다.
Theater-of-metamorphosis, LANCOME, The Art of Absolue 2023-2024-8, 상해 / 사진. ©William Amor
[좌] Theater-of-metamorphosis, HOMOFABER 2024, 베니스 / 사진 ©Michelangelo Fondation [우] 장미 디테일 / 사진. ©William Amor
윌리엄 아모르는 이외에도 겔랑(Guerlain), 겐조(Kenzo), 베르사체(Versace), 샤넬(Chanel) 같은 패션 럭셔리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였다.

환경정화 플로깅 캠페인과 설치작업

윌리엄 아모르는 환경정화를 위하여 플로깅(Plogging) 캠페인과 설치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이 수집한 재활용 쓰레기는 워크숍을 통해 꽃으로 탄생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메시지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구역에 전시하였다.

윌리엄 아모르는 분리수거와 재활용 정책이 프랑스보다 훨씬 앞선 한국에서도 전시를 할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리 시청에서 주관한 &lt;파리 몽 아므르&gt; (Paris Mon Amour), 2021, 파리. 빌라 뒤 라부아르 작업실 주변 길바닥에서 주운 수백 개의 담배꽁초로 제작 / 사진. ©William Amor
[위] 보그르넬(Beaugrenelle) 쇼핑센터 2022, 파리. 3개월간 수거한 10,000개 플라스틱 병 / 사진. ©William Amor [아래] 랜드마크(Landmark) 쇼핑센터 2018, 홍콩. 홍콩에서 주운 비닐 봉투와 플라스틱 패트병, 밧줄, 어망 밧줄을 이용하여 워크숍을 열어 250개의 꽃을 제작 / 사진. ©William Amor
프랑스에서는 2016년부터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윌리엄 아모르의 작업실 창고에는 일회용 폐기물이 가득하여 그의 아름다운 꽃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 기쁘기도 했지만, 자연재해를 초래하는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인 일회용품의 생산과 과잉 소비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William Amor 작업실, 비밀의 정원 / 사진. ©정연아
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