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입은 산타클로스의 재즈라니, 게다가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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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봉호의 원픽! 재즈 앨범그리 오래 전 이야기는 아니었다. 2024년 대한민국 도심에 즐비한 카페처럼 레코드점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레코드점 입구 바깥에 설치한 직사각형의 스피커에서는 엘피 음질을 머금은 음악이 솔솔 흘러 나왔다. 덕분에 걸음은 가벼웠고 겨울의 칼바람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서울의 번화가는 음악의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블루 노트의 진한 크리스마스 캐럴은 산타클로스를 만나게 하지
성탄절이면 감상하는 음악
크리스마스 캐럴 재즈 앨범
예를 들면 신촌에서는 프랑스 가수 프랑소와즈 아르디, 광화문에서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 본, 강남역 일대에서는 룰라의 노래를 레코드점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12월이 성큼 다가오면 레코드점에서 비슷한 장르의 사운드가 겨울안개처럼 흘러나왔다.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성탄절이 위치한 12월은 이유없이 마음이 설래는 하얀 눈과 붉은 색 포장지에 담긴 선물의 계절이다.한국에서 사랑받았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다음과 같다. 세계적으로 1억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최조의 멀티미디어 스타인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1980년대 중반에 “달릴까? 말까?”라는 재미있는 후렴구로 행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심형래의 <코믹 캐롤>, 이탈리아 그룹 라테 에 미엘레의 <Passio Secundum Mattheum>, ‘크리스마스 여왕’이라는 별명의 소유자인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 클래식 팬에게 사랑받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Christmas Oratorio> 등이 있다.
[빙 크로스비 ▶ 'White Christmas']
[심형래 ▶ '코믹 캐롤']
[머라이어 캐리 ▶ 'Merry Christmas']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Christmas Oratorio']
언급한 2장의 앨범에서 <Yule Struttin’ : A Blue Note Christmas>를 소개한다. 재즈의 명가 블루 노트에서 발매한 위 앨범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약했던 소속 재즈맨의 캐럴이 담겨 있다. 필자는 4호선 숙대입구역 출구에 위치한 레코드점에서 해당 앨범을 처음 보았다. 짧은 치마를 입은 신세대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매력적인 음반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Yule Struttin’ : A Blue Note Christmas>에 등장하는 멤버는 재즈의 역사 그 자체다. 비운의 트럼페터 쳇 베이커(Chet Baker), 빅 밴드 재즈의 거장인 피아니스트 윌리엄 카운트 베이시(William Count Basie), 보컬리스트 다이안 리브스(Dianne Reeves)와 루 롤즈(Lou Rawls), 기타리스트 스탠리 조단(Stanley Jordan)과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당시 신예 피아니스트였던 베니 그린(Benny Green), 조이 칼데라조(Joey Calderazzo) 피아노 트리오 등이 1990년 12월의 크리스마스를 자축하기 위해 한 장의 앨범에 모였다.[Yule Struttin' ▶ 'A Blue Note Christmas']
재즈나 블루스 등에서 사용하는 장음계로 제3음을 포함하여 5음과 7음을 반음 낮추는 것을 의미하는 블루 노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재즈 레이블로 진화한다. 1939년에 설립한 블루 노트 레이블은 주로 비 밥과 하드 밥 계열의 재즈 음반을 출시한다. 해당 레이블의 엘피 초반의 일부는 현재 수백 만원에 달할 정도로 수집가에게 인기가 많은 재즈의 상징과도 같은 레이블이다.블루 노트의 색깔을 증명해주듯이 <Yule Struttin’ : A Blue Note Christmas>에는 재즈 초심자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사운드가 있는가 하면, 레이블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진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당시 한국에 라이선스로 나왔던 <Yule Struttin’ : A Blue Note Christmas>는 지금까지도 재즈 애호가에게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집이다.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이어진 12월이 흘러간다. 감동적인 일도, 아쉬웠던 일도 많았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필자는 한경 아르떼 재즈 칼럼을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위안을 받았다. 세상이 변해도 음악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울러 부족한 연재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이른 새해 인사를 올린다.이봉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