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강세에 "트럼프 허니문 곧 끝난다" vs "1990년대와 비슷…더 올랐다"

뉴욕증시 고점 논란 이어져
美 투자은행들 내년 완만한 상승세 전망
벅셔해서웨이 현금 비중 약 30%로 최대치

일각에선 "1990년대 GDP 증가율, Fed 통화 정책 유사"
1990년대 말 그린스펀 Fed 의장의 버블 경고에도
뉴욕 증시 두배 올라
사진=REUTERS
미국 월가에서 최근 뉴욕증시의 고점 논란이 커지고 있다. S&P500이 올해에만 28% 급등한 탓에 내년에도 증시가 더 오를 여력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증시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관세 및 감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논리다. 지정학적인 불안과 고금리도 증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은 강세장이 올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1990년대 말에도 미국이 지금과 같은 견조한 경제 성장률과 주가수익비율(PER)을 보였을 때도 증시가 더 올랐다는 주장이 나온다.

2년 연속 20% 이상 올라

올해 S&P500의 상승률은 약 28%다. 지난해 24.23%에 이어 연이어 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S&P500이 2년 연속으로 20% 이상 오른 것은 1995~1998년 4년 연속으로 상승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이같은 상승세를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는 S&P500 지수가 내년 말까지 65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지난 6일(현지시간) 종가 약 6090에서 6.7% 상승한 수치다. 바클레이스는 목표가를 6600으로 상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치뱅크는 각각 6666과 7000을 예상했다. 가장 낙관적인 도이치뱅크의 전망도 현재보다 약 15% 상승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현실화하면 주식 시장도 상승 여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는 당선에 따른 허니문 기간이지만 관세 부과와 감세 정책이 실행되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감세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수 있다.장기적인 전망은 더욱 우울하다. 골드만삭스는 S&P 500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3%의 미미한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간 0~1%의 성장을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은행들은 인공지능(AI) 붐이 지속될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며 “일각에선 AI가 시장 랠리가 시사하는 것만큼 변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며 이는 결국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전했다.

현금 늘리는 벅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찍은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벅셔 해서웨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은 1분기 1890억 달러에서 3분기 3250억 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13F(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 분기 투자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이 기간에 최대 보유 종목인 애플 주식 수를 4억 주에서 3억 주로 25% 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중은 4개 분기 연속 낮췄다. 월가에선 현재 시장이 과대평가 돼 있기 때문에 버핏의 저평가 된 우량 매수 기업을 선호하는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90년대 말처럼 더 오를 것

반면 내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 시장 상황이 1990년대와 비슷하다고 봐서다.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GDP 증가율이 3~4% 수준으로 유지됐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경제 성장은 기업 수익과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하며 주식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 주가수익비율도 1990년대 말과 현재 모두 30이 넘는다.금융 분석기관 브라보스 리서치는 “오늘날 뉴욕 증시는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붐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현재 미국 GDP 증가율은 약 3%로 당시 대규모 상승장의 기관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996년 12월 당시 S&P500은 2년 동안 약 60% 상승한 상태였고,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은 이를 “비합리적인 과열”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S&P500은 이후에도 3년 반 동안 약 두 배 상승했다.

Fed의 통화 정책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Fed는 1994년 2월부터 1995년 2월까지 금리를 7차례 올린 뒤 이 수준을 유지하다 1998년부터 조금씩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브라보스 리서치는 “Fed는 2023년 중반 이후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뒤 약간 인하했으며, 이는 성장세가 유지되는 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극할 것”이라며 “1990년대에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Fed는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주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