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글로벌 아트페어 '액세스 방콕', 메이드 바이 코리아!
입력
수정
한국 정부 아트페어 수출 지원태국은 연간 약 30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동남아의 관광 대국이다. 수도 방콕의 12월은 그 중 최대 성수기. 우기가 지나 제법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에 연말연시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연일 늦은 밤까지 축제 분위기다.
예술경영지원센터·AML 공동주최
태국 한국 대만 등 30개 갤러리 참여
방콕 아이콘시암서 4~7일 성황
37세 패통탄 총리 취임 후
국가소프트파워 전략 탄력 받아
미술품 거래 세금 17.7%->0%
보증금 완화 등 “기회의 땅 열렸다”
4일 개막부터 7일 폐막 때까지 나흘간 나타샤 시드하르타(인도네시아), 알란 라우(홍콩), 사크차이 마나웡사쿨(태국) 등 대형 컬렉터들과 미술계 인사들이 다수 현장을 찾았다. 한국의 유력 컬렉터들도 찾았다. 같은 기간 미국 마이애미에선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열리고 있었지만 "마이애미는 거리상 너무 멀고,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그림도 아시아 갤러리들에겐 장벽이 높다"는 게 미술계의 이야기다.
첫 페어 성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조현화랑은 출품한 이배 작가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는데, 그 중 두 점은 태국 컬렉터에게 돌아갔다. 태국의 와린랩 갤러리는 첫날 7점을 판매했고,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내세운 탕컨템퍼러리도 3점의 작품을 팔았다. 그외 다수의 작품이 500~2000만원대에 거래됐다.
리크리트 트리바니자, 코라크릿 아룬논나차이 등 전 세계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대형 작가를 다수 보유한 태국에 아트페어가 전무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태국은 미술품 거래세가 17.7%에 달한다. 한국은 없다. 복잡한 통관 절차도 걸림돌이었다. 작품 가격의 200%를 보증금 형식으로 선지급해야 미술품을 들여올 수 있어 대형 아트페어 관계자들도 선뜻 진입하지 못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37세의 여성 패통탄은 지난 9월 총리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이 전략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액세스 방콕 아트페어에도 보증금 관세 등의 한시적 인하 혜택을 줬다. 말레이시아 갤러리 A+ 웍스오브아트의 하리즈 라오프 갤러리 매니저는 "동남아시아 갤러리들을 연결하는 문화의 장이 앞으로도 계속 열리길 기대한다"며 "한국의 갤러리들과 컬렉터들과 접점을 넓혀갈 수 있어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방콕=김보라 기자
[인터뷰]
한국과 동남아 작가들 연결되길 바란다"
홍익대 건축학과 출신의 이미림 대표, 홍익대 판화과 출신의 조윤영 대표. 둘은 각각 미술계에서 일하다 '아트부산' 페어의 전시 팀장을 거치며 새로운 페어의 꿈을 꿨다. 2021년 아트미츠라이프(AML)를 만들어 기존 아트페어에서 한번도 본 적 없던 갤러리와 신진 작가를 모아 새로운 개념의 아트페어를 만들었다. 신한카드가 후원하는 '더프리뷰성수'다.
최저의 부스 참가 비용만 받고 MZ세대를 위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아트페어'를 만들어온 이들은 올해 태국에 첫 아트페어 '액세스 방콕'의 닻을 올렸다.
Q. AML은 더프리뷰 성수, 부산 커넥티드와 같이 젊은 감각의 아트페어를 기획, 주관했다. 이번 액세스 방콕을 기획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점은 무언인가?
-여러 아트페어를 통해 신진 갤러리, 신진 작가들과 관계 맺으며 그들의 고민과 니즈를 가까이에서 들을 기회가 많았다. 많은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획사가 아니라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이었다. 신진 갤러리들이 큰 금전적 리스크 없이 해외 페어를 경험할 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장에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두루두루 소개하고 싶어 조현화랑, 갤러리2와 같은 메이저 화랑도 참여시켰다. 한 장소에 모임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아트페어의 힘을 믿고 있다.
-태국은 좋은 작가군과 비엔날레를 가지고도 그동안 시장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했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태국 정부에서도 미술품 세금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 움직임이 보인다. 태국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우호적이라 시장이 성장하면 한국 미술에 대한 호기심이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태국에서 한국 페어에 출품하거나 지점을 내는 갤러리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작가 교류 등으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Q. 현지 예술 관계자 및 언론, 일반 관람객들의 반응은?
-일단 페어의 물리적 환경에 너무 만족해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전시 공간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한국에서 가벽, 조명을 운송해오고 기술자들을 현지에 데려와 부스를 시공했다. 현지 갤러리들의 만족도가 특히 더 높았다. 꼭 필요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일을 누군가가 총대 매고 대신해 줘 감사해하는 분위기이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갤러리가 모여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완성도 높은 페어가 나온데 대해 놀라는 분위기다.
Q. 아트페어는 콘텐츠만큼이나 판매 실적도 중요한데. -현지 갤러리들의 판매 실적이 월등히 좋았다. Warin Lab 같은 경우 첫날 7점을 팔고 Tang Contemporary도 3점을 판매했다. 이배 작업 2점이 태국 컬렉터에게 판매되었다. CDA도 첫날 현지 컬렉터에게 4점을 판매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판매가가 높은 작업 보다 소장하기 좋은 작품 위주로 갤러리들이 출품하다 보니 전체적인 판매액은 높지 않았지만 한국 작업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왔다.
방콕=김보라 기자